[뉴스데일리]항소심 법원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담당 병원 간호사와 회식 뒤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사망한 것이 산업재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재판장 고의영)는 지난달 17일 1심 판결을 뒤집고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2005년 제약회사에 입사해 영업 업무를 해온 A씨는 2016년 2월18일 저녁 7시쯤 동료 노동자, 담당 병원 간호사 2명과 함께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인근 술집 A과 B에서 술을 마시고 인근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이후 귀가를 위해 대리기사를 불러 기다리던 중 노래방 입구 계단에서 지하 1층으로 굴러 떨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두 달간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며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친목도모 또는 사적으로 과다하게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재해를 당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해당 회식이 미리 상급자에 보고되지 않았고, 1차 회식자리에서 결제된 상품권의 출처가 회사가 구매한 것인지 사적으로 구매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으며, 병원을 담당하지 않던 영업사원이 추가로 참석한 사정이나 2차, 3차 회식의 경우 사적으로 지출된 경우에도 이를 ‘사업주가 주관한 행사’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망인은 제약회사의 병원 담당 차장으로 제품의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해서 처방하게 하는 것이 주된 영업 업무이고 이를 위해서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들과 유대관계를 가져야 하고, 또한 상사들로부터 진료 예약 부탁을 받으면 그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진료상담 부서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도 접대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회식의 경우 이 같은 업무상 필요성에서 가진 자리였고 회식자리의 대화주제도 그러했다. 회식의 경우 선조치 후보고는 허용되는 일이었고, 상품권의 경우 사전에 구매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당일 사용된 상품권의 출처가 불분명해도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없으며, 2차 회식 이후에 개인비용으로 결제한 금액이 소액이고 개인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사적이고 임의적인 성격의 모임으로 변질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손익찬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은 회식의 업무관련성 판단에 있어 일부 단편적 사정과 형식적 지표(사전보고 여부, 비용부담, 부서원의 참여 등)만을 근거로 불승인하는 경향이 컸고, 1심 행정법원도 마찬가지였다”며 “회식 참석자나 비용부담 등 일부 불리한 사정이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본질은 회식의 목적과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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