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뉴스데일리]문희상 국회의장이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내 소명이구나, 이건 운명이구나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1일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열린 국회의장 신년하례회는 자유한국당의 극렬 반발 속에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국회 상황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문희상 의장은 "나의 소명이고 운명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화를 먼저 꺼냈다.

문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실패에 대해 낙담하셨고,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가 되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경찰에서 검경분리를 외치며 시작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문재인 민정수석을 발탁하면서도 '두고보세요.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문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자책감이고 못지켰다는 한(恨)이 됐을 것이고 그래서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의 첫째 공약일 수밖에 없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 이후 23년간 추진과 무산이 반복돼온 공수처는 오는 7월 신설될 예정이다.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주의자인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불발이 그렇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다.

번번이 실패로 끝났던 역사를 되짚은 문 의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공수처법이 통과된 지난 30일은) 가장 긴 날이자 가장 보람찬 날이었다"고 했다.

문 의장은 "운명처럼 두 대통령의 숙원이고 현 대통령까지 세분 대통령의 원과 꿈을 현실화하는데 내가 그 역할을 감당해, 모든 욕을 안고 가라는 것이 내 소명이구나(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결론을 내려면 내가 희생할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해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의장은 "마지막까지 마무리하는 데 내 소명이 있다"며 "나는 내가 할 일을 했다고 본다.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다. 당당하다. 자랑스럽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는 남은 자들의 역할"이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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