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부산저축은행의 파산을 촉발한 '캄코시티' 사태의 핵심 인물인 업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를 국내로 송환한 후 체포해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음에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등 혐의로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시행사 월드시티 대표 이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강제집행면탈 및 예금자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이씨가 해외에 장기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행태를 보인 점은 구속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 범죄사실과 본건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이 사실관계 구성이나 법률적용에서 상당한 정도로 다른 측면이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서 기재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소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이씨의 형사책임 정도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그밖에 수사 진행 경과 및 수집 증거의 내용, 이씨 측과 수사의뢰기관 측과의 국내외 법적 분쟁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곧바로 구속해야 할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캄보디아에서 도피 생활을 해왔다. 검찰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단장 예세민)과 공조해 캄보디아 정부 협조를 받아 인터폴 적색 수배 상태였던 이씨를 국내에 송환했다.

이씨는 자술서를 제출하고 지난 26일 자진귀국 형태로 입국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이씨를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했고, 조사를 벌인 후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캄코시티는 이씨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진행하던 캄보디아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대출과 펀드 투자 등을 통해 총 2369억원을 캄코시티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사업을 추진하던 월드시티는 부산저축은행과 이씨가 지분을 각각 60%와 40% 소유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2012년 각종 부실 대출 등으로 파산하면서 3만8000여 명의 예금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현재 캄코시티에 묶여 있는 돈은 원금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6700억원 규모로, 예금보험공사가 채권을 갖고 있다. 이씨는 채권 회수를 피하려고 부산저축은행 대출 당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몰래 팔거나 자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빼돌린 금액은 약 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씨가 부산저축은행 채권을 갖고 있는 예보로부터 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은닉하고,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예보는 부산저축은행 채권 회수에 나섰지만, 월드시티는 오히려 지분을 반환하라며 캄보디아 현지에서 예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 이씨는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예금자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예보의 채권 조사를 거부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이를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신병 확보를 통해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씨 측 변호인은 구속 심사 전 "(혐의 인정 여부 관련) 일부는 인정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다만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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