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뉴스데일리]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첫 재판에 나와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재판부는 앞선 준비기일들에 이어 또다시 검찰 공소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한 것이 직권남용인지 법률적으로 다투겠다"며 "임원 15명 중 2명을 뺀 나머지는 이미 임기가 종료돼 후임자가 임명되면 바로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이 환경부 공무원들을 이용해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도록 했다고 기소했지만 공무원들의 책임은 없다고 했다"며 "공무원들에게 인사권이 없는데 인사권 남용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재판부가 공소장을 수정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날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범행을 주의적 공소사실로 두고, 실행을 담당한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은 '책임없는 간접정범'으로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재했다.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이 매우 산만하고 공소사실도 특정돼있지 않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이날도 검찰에 쟁점을 명확히 정리할 것을 당부했다.

재판부는 "임기가 남은 사람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법익 침해 소지가 있지만 임기가 지났는데도 사표를 징구한 경우 임명권자 입장에서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한 정당성을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도 여전히 환경부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강요에 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조각하려면 (피고인의) 협박과 폭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피고인은 직권남용이 아니라 강요죄나 폭행·협박 혐의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그 중 13명이 실제로 사표를 제출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6곳의 공모직(17개)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장관 추천 후보자에게만 면접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채용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2차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증거조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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