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다시 기각됨으로써  수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재청구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검찰이 김 대표를 상대로 지난 5월 증거인멸 혐의와 지난 16일 사건의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3차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태한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꺾일 일은 없다"면서 "길을 찾으면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을 비롯해 재계 등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가 아닌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사실상 첫 판단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그룹 수뇌부를 향한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김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모 전무, 재경팀장을 맡았던 심모 상무 등 삼성바이오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핵심 기각사유로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인 분식회계 혐의가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석에 따라서는 검찰 수사방향이 잘못됐다는 취지로도 읽힐 수 있어 수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은 여기에 '증거수집이 돼 있는 점'과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공통된 이유로 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이런 판단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법원은 김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별도로 거론했다. 김 대표에게는 없는 기각사유다. 혐의와 관련해 상당부분 자백하고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김 전무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김 대표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 대표와 김 전무는 지난 19일 진행된 영장심사에서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재무책임자인 김 전무가 회계 업무를 전반적으로 알아서 처리했고 자신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서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김 전무는 비정상적 회계 처리부터 증거인멸 과정까지 김 대표가 모두 알고 있었다면서 대표라는 직위를 고려하면 김 대표에게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무에게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면, 이와 다른 주장을 펼친 김 대표는 달리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심 상무에 대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법원은 그에게 '피의자의 지위와 관여 정도'라는 별도의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 이후 증거인멸 혐의로 보안 업무를 맡은 대리급 직원까지 총 8명이 구속된 상황을 고려하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김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포함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4조5000억원대 규모의 분식회계 의혹에 관여하는 대가로 현금 3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단순히 개인 이익을 위한 뒷돈 챙기기가 아니라는 취지다. 김 대표는 2016년말 삼성바이오가 상장한 이후 1년가량 삼성바이오 주식을 수차례 사들인 뒤 이를 우리사주 공모가(13만6천원)와 비교해 차액을 현금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 관련 방안을 보고한 뒤 의견을 받았고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해 답변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구속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전실은 '뇌출되면 위험하다'는 의사를, 법무법인은 '업무상 배임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검찰은 분식회계를 숨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성과급까지 사실상 챙겨준 것으로 보고 증거를 보강해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하고 '윗선' 수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