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직장 동료의 장례지원 업무를 도와주다 과로 등으로 평소 앓던 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2월말 사흘간 회사 동료가 상(喪)을 당해 회사 조사지원팀에 들어가 장례식을 지원했다. 그런데 A씨는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아 수술과 치료를 받았지만 입원한 지 5일 만에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사망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이에 A씨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기존 질병 등이 조사지원팀 업무와 연관된 과로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면서 이 사건 병을 유발해 사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A씨의 발병 전 1주 동안의 근무시간은 66시간48분으로, 발병 전 12주 전체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 38시간14분과 비교하더라도 업무시간 증가량이 30%를 크게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병 3일 전부터 그 전날까지 평소 하지 않던 조사지원팀 업무를 수행했는데 수면시간 부족과 장례 지원 업무 자체의 과중함 등으로 상당한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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