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한국인 주모(62·남)씨가 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데에는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UAE와 리비아 동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 간의 두 '특별한 관계'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한국인 피랍자 구출을 위해 LNA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UAE정부에 'SOS'를 쳤고, UAE는 LNA를 상대로 피랍자 석방을 위한 노력을 전개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복잡한 리비아 정세 속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출 노력을 해왔다"며 "특히 UAE 정부와 리비아국민군과의 특별한 관계에 기초한 특별한 노력이 좋은 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원전 건설 등을 계기로 구축한 UAE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활용해 LNA를 움직인 것이 주효한 셈이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납치세력과 직접 접촉했는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지난 2월 27일 서울에서 개최한 한·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지부진하던 석방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석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한 것을 계기로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귀환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UAE 외교부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LNA와의 협력으로 이번 석방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비아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UAE는 리비아 내전 상황에서 LNA 쪽을 지지해왔다.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LNA는 주로 리비아 동부지역에 근거에 세력을 구축했으나, 최근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 리비아 내 세력을 확대해 나간 것이 이번 석방 협상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씨는 20년 넘게 리비아 수로관리 회사인 ANC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해 7월 6일(현지시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필리핀인 3명과 함께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당해 10개월 넘게 인질로 잡혀있었다.

정부는 주씨 등을 납치한 세력을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만 표현했을 뿐 이들 세력의 성격과 납치 목적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와는 연관이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주씨 등이 피랍됐을 당시 리비아 현지 언론은 '타리크 후네이쉬'가 이끄는 무장세력이 후네이쉬의 형제이자 조직 핵심 인사인 '알무바락 후네이쉬'의 석방을 노리고 한국인 등을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납치 단체와 석방금 등을 포함하는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대원칙"이라면서도 "상세한 석방 조건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리비아는 지난 2014년부터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됐지만 주씨는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정부 허가 없이 리비아에 체류하던 중 납치를 당했다.

정부는 피랍사건 이후 리비아에 체류하던 38명에게 철수를 요청했고, 끝까지 리비아를 떠나지 않은 4명에 대해서는 여권을 무효화 하고 이들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외교부는 주씨를 여권법 위반 혐의로 따로 고발조치를 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으로 리비아를 떠난 이들은 따로 고발하지 않은 전례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주씨를 석방하기 위해 지난해 한때 리비아에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보냈으며, 한-리비아 외교장관 회담·한-리비아 총리 간 전화통화·특사 및 정부대표단 파견 등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피랍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582일 만에 풀려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피랍사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피랍기간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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