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법원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꾀임에 넘어가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던 20대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범행 당시 피고인이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것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23·여)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피해자 2명의 배상신청도 각하했다.

박씨는 지난 2018년 5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여성 직원을 채용한다. 급여 20만원을 당일 지급한다'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의 글을 보고 카카오톡을 통해 '박XX'라는 대화명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박XX는 본인의 회사를 '가상화폐 매입·판매 거래소'라고 소개하며 "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휴대폰개통사실 확인서가 필요한데 (근무자의) 신상이 중요한 이유는 (현금을) 가지고 도망칠까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28일 박씨는 카카오톡으로 "고객이 전화를 넘겨주면 담당 직원과 통화한 후 서류에 사인을 받고 자산양도를 받은 다음 빠르게 복귀하면 된다"는 설명을 듣고 만날 장소, 고객 이름, 인상착의, 받을 금액을 안내받았다. 오전 10시30분께 피해자 A씨를 만나 690만원을 전달받았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불상의 범인들이 A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범행에 사용됐으니 돈을 보호해야 한다"며 "통장에 입금된 돈을 모두 인출해 서울 지하철 양재역 5번 출구 앞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피해자 B씨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현금 600만원을 전달받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박씨의 남자친구는 '비트코인거래 알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대포통장사기유형'이라는 인터넷 블로그 링크를 전달하며 "그 사람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왜 너에게 시키는지 의심 좀 해라"라고 말했다.

박씨는 박XX에게 "저 대포통장 사기 받은거죠..."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즉시 서울 용산경찰서에 범죄사실을 신고했다. 다음날 경찰에도 자진출석했다. 박XX는 범행을 설명할 당시 "고객의 전화를 다 녹취하고 고객이 이의제기할 때 금감원에 계좌추적이 가능하도록 서류에 서명을 받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은 없다"며 박씨를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측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편취의 고의가 없었고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들은 설명이나 지시가 허황되지 않고 박씨가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행동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피고인 스스로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범죄임을 의심하고 즉시 신고한 점에 비춰봐도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범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거나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만 20세로 사회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로 수사나 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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