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뉴스데일리]박근혜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과 공직자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3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6년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사건 수사과정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을 진술했다"며 "심지어 (블랙리스트 작업)을 중단해달라는 건의를 받았음에도 계속해서 수행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본인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친북좌파 성향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성향을 파악해야한다는 취지로 대답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적어도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전결권을 갖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사업을 통해 객관적으로 집행돼야 할 권한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했다"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해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공모해 공직자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였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2016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을 불법사찰하고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하도록 승인·지시한 혐의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추 전 국장에게 불법사찰을 지시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이 우 전 수석과 통화를 다수 하긴 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우 전 수석의 사찰 과정에 공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전 차장과는 달리 이날 불법사찰 등을 주도적으로 시행한 혐의로 같은 재판부에 넘겨진 추 전 국장은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전 감찰관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불법사찰한 혐의 등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이 전 감찰관 등을 사찰하게 하고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하도록 했다"며 "자신의 공명심을 위해 직원들의 업무 공정성과 신뢰도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국장으로서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정과 직결된다"며 "피고인은 이 권한을 우 전 수석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사찰 대상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시절 불법사찰 사건의 정점에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날 새벽 0시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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