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할 여러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대출이 필요하거나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상대로 한 지능범죄가 올해에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1일 발간한 '치안전망 2019' 보고서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불법 사금융 범죄 피해자를 양산하는 환경적 요인이 올해에도 쉽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범죄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해 보이스피싱과 불법 사금융 범죄 통계를 살펴본 결과, 대출이 필요하지만 제도권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대출이자 압박을 느끼는 서민들의 경제상황과 이들 범죄 양상 간 관련성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작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유형 가운데 '대출빙자형' 피해액이 1천274억원으로 전체(1천802억원)의 70.7%를 차지하며 '정부기관 등 사칭형' 피해액(52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경찰청의 불법 사금융 통계에서도 불법 채권추심, 유사수신, 불법 다단계 등 다른 유형은 모두 전년보다 검거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으나 불법 대부업만 10% 증가했다.

연구소는 이들 통계에 대해 "공통적으로 가계부채 1천500조라는 우리나라의 현 실정을 반영하는 동시에 수많은 서민들이 범죄 피해자로 노출되는 원인을 알려준다"며 "수많은 서민이 대출을 필요로 하지만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이자 압박을 심각하게 느낀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정부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을 담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가계 빚 잡기에 나섰다. 연구소는 2019년에도 정부의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대출을 미끼로 한 범죄 대상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이러한 범죄를 막으려면 경찰·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범죄자 처벌은 물론 범죄수익 추적과 보전·몰수·추징을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작년 한 해 '미투' 열풍과 함께 주요 화두가 된 젠더 문제는 올해 치안환경에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연구소는 "'혜화역 시위'는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성 대결적 양상은 더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관심도 현재보다 커지고 관련 신고 역시 늘어날 것이며, 치안환경에서 데이트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에 관한 대응과 피해자 보호 분야도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 같은 '갑질' 폭력,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처럼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분노범죄'도 올 한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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