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2년 10월17일 선포한 비상계엄에 따라 공포된 계엄포고는 위법해 무효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에도 대법원은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당시 선포된 계엄포고령은 위법해 무효라는 첫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허모(76)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1972년 10월17일 비상계엄에 따라 발령된 계엄포고령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1972년 10월17일 대통령 특별선언을 통해 기존의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유신체제로 이행하고자 그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며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옛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계엄포고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옛 헌법과 현행 헌법, 옛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특별 조치로서 이뤄진 당시 계엄포고에 대한 위헌·위법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10월17일 장기집권을 노리고 특별선언을 통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계엄사령관은 같은 날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하는 내용 등의 포고령을 공포했다.

당시 계엄포고는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이탈이나 태업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실내외 집회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언론·출판·보도·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하고 각 대학은 당분간 휴교 조치를 하며 이 같은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고 규정했다.

허씨는 1972년 11월5일 지인들과 함께 지인 A씨의 집에 모여 약 50회에 걸쳐 도박을 해 계엄포고를 위반하고 불법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1970년 이모씨를 협박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는 1973년 1월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고 그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허씨는 "당시 계엄포고령은 위헌·무효"라며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창원지법은 2015년 그 사유를 인정해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창원지법은 이듬해 허씨의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위헌·무효인 법령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협박 혐의는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기존의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어 양형에 관한 심리만 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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