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씨.

[뉴스데일리]'드루킹' 김동원씨가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김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김씨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파주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한 자리에서 킹크랩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시연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김 지사에게 미리 준비한 자료를 시연하는 과정에서 극비라고 표시한 부분이 나오자 다른 참석자들을 나가게 한 뒤 킹크랩의 원리와 개발 목표 등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공모 일원인 '둘리' 우모씨를 불러 함께 킹크랩이 작동되는 모습을 시연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런 큰일을 하면서 정치인의 허락 없이 감히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당연히 허락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개라도 끄덕여서 허락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끄덕여서라도 허락의 표시를 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에 앞서 9월 28일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한 자리가 킹크랩 개발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씨는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댓글 기계'를 사용했다고 김 지사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정치인들은 IT(정보기술)를 잘 모르는데 김 지사는 관심이 많았다"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바로 이해했고, 호기심 있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김 지사의 모습을 보고 킹크랩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전까지는 새누리당 기계의 메커니즘을 알아보라고만 했는데, 이날 만나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다음 만남 전까지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라고 우모씨에게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김씨와 김 지사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댓글 조작의 공모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씨의 이날 증언과 달리 김 지사는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그곳에서 '킹크랩'을 시연하는 걸 봤다거나 그런 내용을 알고 승인한 적은 없다면서 사건 연루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날 김씨와 김 지사는 특검의 밤샘 대질조사가 진행된 8월 9일 이후 120일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 김씨가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증인석에 앉아 증언하는 동안, 김 지사는 큰 표정의 변화 없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김 지사는 주로 눈을 내리깔거나 정면의 검사석을 응시했지만, 때로는 시선을 돌려 김씨의 증언 장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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