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구속 기소)을 재판에 넘기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부당한 지시를 묵인하거나 용인했다고 본 전·현직 법관만 6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동료 법관의 독립적 재판을 침해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영혼 없는 공무원’이자 사법농단의 ‘숨은 주범’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임 전 차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70), 차한성(64)·박병대(61)·고영한(62) 전 대법관의 범죄에 관여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적시된 전·현직 판사는 65명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2) 등 6명은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하거나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59명은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거나 범죄 과정에 등장한다.

이 중에는 이인복(62) 전 대법관, 권순일(59)·이동원(55)·노정희(55) 현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 임 전 차장이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 등)와 관련해 허위영수증에 날인한 법관 30여명은 제외한 숫자다.

이들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및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통합진보당 사건 등을 맡은 재판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문건을 작성하거나 이 같은 문건을 전달받고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홍일표·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을 컨설팅해주고 헌법재판소의 내부정보를 빼냈으며 동료 판사들을 사찰하기도 했다.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사건을 덮으라는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재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부 판사는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정다주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42)은 2015년 2월 임 전 차장에게 법관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이판사판 야단법석 다음 카페’(이사야) 와해 방안을 보고했다.

당시 정 전 심의관은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겨서 법원행정처 업무와 무관한데도 “이사야 카페 일반 회원으로 가장해 접속해서 익명글을 자제하고 게시된 글은 삭제하자는 글을 올리겠다”고 임 전 차장에게 먼저 보고해 구체적 지시를 받았다.

정 전 심의관은 그해 8월6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동을 앞두고 ‘말씀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할 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된 문건을 작성했다.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후 이를 자신의 ‘공적’처럼 보고한 판사도 있었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검찰의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금품수수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연수원 1년 선배인 이태종 당시 서울서부지법원장(58), 법원행정처에서 부하 직원으로 데리고 있던 나상훈 당시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41)에게 “검찰 수사 상황 및 수사 확대 여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법원장과 나 전 기획법관은 “영장전담판사의 노력으로 서울서부지법 전체 집행관 및 사무원 명의의 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영장이 기각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임 전 차장에게 보냈다. “제보자가 서울중앙지법 관내 보관업체 등 특정 업체를 거론하고 있어 다른 법원도 동일한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향후 수사 전망까지 보고했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