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찰관의 유족에게 순직 보험금과 함께 상해사망 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관의 사망이 보험 약관에서 규정하는 '질병 사망'은 아니지만, '순직'과 '상해사망'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원 부장판사)는 사망한 경찰관 A씨의 유족이 손해보험사 5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총 3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교통사고 관련 업무를 맡던 A씨는 불규칙한 3교대 근무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급격한 체중 감소와 복통, 우울증 등을 겪다가 2016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의 순직을 인정할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이어진 끝에 대법원은 최근 "심각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과 우울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A씨의 유족은 경찰청과 공무원 단체상해보험을 맺은 5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보험사들이 경찰청과 맺은 보험 계약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로 크게 ▲ 순직 ▲ 질병 사망 ▲ 상해사망 등을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순직과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과중한 업무 등으로 우울증이 발병했거나 급격히 악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보험약관에 규정한 '공무상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상해사망 보험금과 관련해서는 약관의 면책조항이 쟁점이 됐다.

해당 조항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다면 보험금을 준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A씨가 심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 등이 현저히 떨어져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보험사 측에서는 A씨가 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서를 썼다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는 유서에서 극심한 고통과 업무로 인한 우울감과 절망감을 강하게 호소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로 질병 사망의 경우 상해사망과 '배타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우울증 그 자체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신체에 대한 외부적 행위로 사망했으므로 이를 질병 사망이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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