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뉴스데일리]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65)가 동성혼에 대해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10일 밝혔다. 가장 아쉬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는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꼽았다. 근래 지명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성소수자·성평등 문제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이념적으로 편향됐고 친정부 성향을 가졌다며 문제 삼았지만, 여당은 헌재 역사상 판·검사 경력이 없는 첫 순수 재야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는 찬반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다수인 이성애와 다른 성적지향이라고 본다. 일종의 소수자인 것”이라며 “왼손잡이가 10% 미만인데 어떻게 보면 그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어 “국가인권위법 제2조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평등권 침해라고 본다”며 “외국에서도 동성혼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14년 동성부부인 김조광수·김승환씨가 서울 서대문구청의 혼인신고 반려처분에 반발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김씨 부부 측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아쉬운 헌재 결정으로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5(현 제92조의6)에 대한 합헌 결정을 꼽았다. “에이즈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냐”는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는 “에이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본다. 동성애가 주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동성애와 동성혼을 두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이 후보자는 소신 발언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의미 있는 헌재 결정으로는 2005년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택했다. 이 후보자는 “가족관계는 한 사람의 가장(호주)과 그에 복속하는 가속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의적인 관계가 아니라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성별을 떠나 평등하게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로 변화했음을 선언했다”고 했다.

여성혐오·성차별과 관련해서는 “학교 및 시민사회에서의 교육과 공적담론의 장을 통해 여성혐오, 성차별이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직장과 가정에서 남녀가 서로 존중하며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고, 국가기관에서도 여성혐오나 성차별과 관련한 위법행위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낙태죄 폐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상충하는 문제로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헌재가 현재 심리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헌재 결정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의 과거사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김이수·안창호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다. 사법농단을 두고서는 “법관들이 사찰한 자료를 보고 참 충격을 받았다”며 “사법부나 법관이라 하더라도 어떤 불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제대로 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이념 편향과 친정부 성향을 거론하며 헌법재판관에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에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게 문제가 됐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석기 전 의원 석방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이력도 야당 의원들은 지적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5년 전이기는 하지만 이 후보자가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문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장을 받는 것은 선진국가에서 대한민국을 비웃을 일”이라며 “현 정부의 인사전횡이고 사법부 알박기”라고 했다.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소수자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다수 권익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며 “율사보다는 진보 시민운동가에 부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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