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데일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을 놓고  분분한 해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 등 아태 지역을 둘러싼 큰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상의 불참은 이례적으로, 이 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국들의 우려를 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수월하게 넓힐 기회라는 관측도 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11~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들 행사에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1일로 아세안 정상회의와 날짜가 겹치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하고, 같은 달 30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이같은 결정에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아시아보다 유럽을 더 중시해온 가운데 미국이 1차 대전 주요 승전국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동맹국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믿을만한 우군인지에 대해 아시아 동맹국들의 우려를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수 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이 동맹 강화에 무관심하다는 증거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리 연구원은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우려하는 반면 일본은 지나치게 유화적이라 우려한다"면서 "양측 모두 미국이 믿을만한 동맹인지 우려한다"고 봤다.

이어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다면 이러한 동맹관계를 돌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지지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너 크로린 CSIS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려는 측면에서는 좋은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평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아세안과 APEC 정상회의 참석 당시 다자주의나 자유무역, 동맹을 강조하기보다는 '미국 우선주의'에 방점을 뒀던 점을 볼 때, 참석 자체가 동맹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EAS에 불참하려다 동아시아에 관심이 적다는 신호라는 비판이 일자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회의 일정이 예정보다 90분 지연되자 다시 불참한 바 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에 맞서 다자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시 주석은 이번에도 참가국 정상 중 가장 먼저 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확정했다. 시 주석은 이 다자회의를 '일대일로'를 비롯한 자국의 정책을 홍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무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폭탄'을 던지는 데서 보듯이 미국은 힘에 기반을 둔 강공책으로 중국 견제에 계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분쟁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비롯한 참가국 정상들과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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