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발표 하루 만에 뒤집히며 청신호를 밝히는 듯했던 한반도 비핵화 기류에 이상징후가 표면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4차 방북을 직접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취소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급제동이 걸리자 그간 북미 협상 진전의 촉진자이자 중재자로서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던 문 대통령의 역할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었던 청와대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지금이야말로 문 대통령의 등판 적기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며 "오히려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커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 폭을 넓히는 데 촉진자·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게 객관적인 상황으로,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을 관망하던 문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불러온 장애물 제거에 직접 나설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주 방북으로 핵시설 리스트와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남북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날짜까지 북미 간 극적인 비핵화 진전 이후로 미룬 상태였다.

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발표가 있었던 지난 24일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큰 진전을 이뤄내길 바라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안건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구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보인다"고 말했었다.청와대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인한 성과가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일단 비핵화 로드맵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도 일정 부분 제동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평양회담 개최를 서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미 관계 교착이 남북정상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북 정상 간 만남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을 추동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북미 두 정상 모두 대화 동력을 살려 나가려는 의지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해 기대감을 여전히 갖고 있고, 남북정상회담도 그런 북미대화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북 및 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으로,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9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평양회담 날짜를 조기에 확정해 김 위원장과 북미 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설득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을 통해 북미 합의를 촉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북한 70주년 정권수립 기념일(9·9절) 이전 방북은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아 일러야 9월 중순 평양 방문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에도 한 차례 취소 발표를 한 전례가 있어 폼페이오 장관 방북 무산으로 인한 교착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도 염두에 두고 당분간은 상황 파악에 주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의 한 사유로 든 만큼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펼칠 외교전도 관심 포인트다.

종전선언 주체로 중국의 합류 가능성이 커진 현실에서 문 대통령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중국과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꾸준히 긴밀하게 대화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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