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데일리]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20억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을 놓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이 신경전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비망록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재판에서는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양측에서 2명씩 증인석 앞으로 나와 검찰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압수한 비망록 원본을 눈으로 직접 살폈다.

스프링 노트로 된 비망록은 페이지별로 왼쪽 위에 날짜를 적고 그날 있던 일을 적는 일기 형식으로 기재돼 있었다. 필기구는 파란색 펜이 사용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비망록의 작성 시기와 동기에 의문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같은 필기도구를 사용해 같은 페이지에 다닥다닥 붙여서 썼다. 서너 줄 쓰고 한 줄 띄우고 그렇게 일기가 적어지겠는가"라면서 "날짜를 잘못 적었다가 수정하기도 했는데 한 번에 몰아 쓰다가 착각하는 전형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찾지 못한 기본적 메모를 기초로 비망록이 거꾸로 나중에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눈으로 봐도 날짜별로 굵기, 필압이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다. 몰아서 한꺼번에 다 썼다고 보기에는 띄어쓰기도 다양하게 쓰였다"고 반박했다.

또 2003∼2006년 이 전 회장이 작성했던 다른 기록과 비교하면서 "비망록과 동일한 형식이고 잉크색도 똑같다. 검찰이 제출한 비망록이 따로 몰아서 쓴 것이란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통령 일정, 항공권 탑승 내역 등 날짜별로 비망록에 적힌 내용 자체도 여러 자료와 구체적으로 일치한다고도 강조했다.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일정 부분이 사실이라고 해도 비망록 전부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형식이 일기라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면 신빙성이 명백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거론하면서 "성 전 회장 자필 메모에 수뢰자로 기재된 정치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메모가 협박 등의 의도로 작성된 것이란 이유 때문"이라며 "비망록 작성 목적도 후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협박하기 위한 것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고 유리한 사실은 과장하여 기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만 뽑아서 편집했다기에는 내용 중 피고인과 상관없는 얘기, 개인적인 감정이라서 어디 드러내기 부끄러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붙였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 신청을 받아들여 비망록의 정확한 작성 시기 등을 확인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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