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뉴스데일리]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지난 2018년 7월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합계출산율의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 정착을 위한 법·제도 정비, 경제적 지원 강화, 그리고 차별적 문화·인식 개선 과제는 저출산에 대응하는 정책 방향을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하였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가족형태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제도의 정비는 사회적 환경을 위한 기본 인프라 조성을 위한 방안이다.

기존의 법률혼 중심의 가족제도에 기반한 가족 관련 법제는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의 지위를 구분하고 비혼가족 자녀에 대한 예외, 배제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차별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비혼 출산 자녀에 대한 인지의 경우 친부의 성으로 변경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민법 규정, 출생신고 시 아동에 대하여 혼중·혼외자의 구별을 기재하도록 하는 관련 제도, 그리고 자녀의 성(姓)을 아버지의 성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부모의 협의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혼인신고 시로만 가능하게 해 법률혼에 의한 이른바 정상가족의 경우 사실상 어머니의 성을 선택할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비혼가족 등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다양한 가족들의 자녀를 극히 예외적인 유형으로 만드는 법제도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여 이제는 정비가 돼야 한다.

가족 정책에 있어서는 가족의 평등한 관계 및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도록 기본법 및 기본계획의 정비 및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 및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보완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그 구성원이 정책적으로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 가치와 문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가족이 사생활 침해의 우려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 등·초본 표기 개선도 추진된다.

한편,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을 확인해 국가보호체계 내에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국가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하는 것은 태어난 모든 아동을 존중하기 위한 권리보장의 첫걸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의 출생신고체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출생통보제도의 도입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나아가 다양한 가족형태의 수용을 위한 법제 개선 관련 검토와 논의도 정책 과제에 포함되었다. 혼인율이 감소하고 비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 구성의 욕구가 증가하는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형태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도에서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법제 인프라 조성과 아울러 시급히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과제도 제시됐다. 먼저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확대가 추진된다. 지원대상 자녀연령을 14세에서 18세로 상향하고, 지원금액을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특히 청소년한부모는 18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이 추진된다.

비혼 임신부 및 비혼모 원스톱 상담창구 운영도 추진된다. 위기 임신·출산 상황에서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긴급상담, 기관연계, 정보제공 등 책임서비스 제공하고자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긴급한 도움이 절실한 임신부에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확보는 필수적이다. 

난임시술비 지원에 있어서도 법률혼에게만 한정했던 것에서 벗어나 사실혼 부부에 대해서도 난임치료에 있어 건강보험 적용 및 난임시술비 지원이 추진된다.

 

문화·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도 강화된다. 일상 속 차별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비혼모·부에 대한 일상 곳 차별, 불편사례 발굴·접수하여 개선을 추진하고 차별적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정책도 적극 추진된다.

가족 변화에 대응한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해서 비혼·동거 관련 통계 및 기초자료도 구축한다. 현재 통계청의 인구총조사가 시행되고 있으나 비혼·동거 가구의 현황, 욕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통계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기초통계 및 조사 등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학생 비혼모의 비밀보장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 관할지역(시도) 이외의 위탁교육기관도 이용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부분은 시도 교육감이 지정하는 사항으로서 협의가 필요하다.

이상의 과제들은 일상의 차별 해소를 위한 인식 개선부터 경제적 지원 제도개선까지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방안들을 모두 담고 있다. 이번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서 비혼 가족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 개선을 과제로 전면에 제안한 것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도 출산을 장려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 현상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그동안 세심히 배려하고 존중하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선택과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가족형태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성찰과 의지가 담겨있다.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선택한 사람이 혼인 신고 여부에 따라 그러한 선택에 사회적 비난과 차별이 가해져서는 안된다. 선택은 존중받고 이러한 존중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태어난 모든 아동은 존중되어야 하며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아동이 속한 가족의 형태, 부모의 혼인신고여부 등에 따라 아동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이 규정되어져서는 되며, 정상가족 중심의 배려가 미흡한 제도로 인해 차별과 불편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고 보호받고 귀하게 존중받아야 할 우리의 아이들이다.

저출산 현상에 대응해 고민과 성찰 끝에 내놓은 이번 핵심과제들은 정책 방향과 목표에 숫자가 아닌 사람을 담았다. 태어난 모든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고, 자신이 선택한 삶 속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고자 하는 사람이 차별 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만, 우리 사회가 그래도 아이를 낳아 키울만 한 사회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관련 부처들은 과제의 추진을 위하여 안 되는 이유가 아닌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한다. 허울뿐인 정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인식과 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단기성과만을 바라는 조급함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과 설득을 함께 하면서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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