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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회담, 포괄적 경제·안보 협력의 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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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6  2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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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레믈린대궁전 녹실에서 열린 소규모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데일리]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19년 만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러 정상의 만남은 작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G-20정상회담과 9월 6~7일 불라디보스톡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이어 세 번째다. 이에 앞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을 갖고 400여 명의 의원들로부터 7차례 박수를 받는 등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한러 관계는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 역대 처음으로 취임 직후 대통령특사단을 러시아에 보냈고,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에 호응해 신북방정책을 내놓았다. 작년에는 러시아 극동개발부에 상응하는 조직으로 대통령 직속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로써 양국관계는 신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의 접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가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실질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이익균형을 맞추는 데 역점을 두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전략적 안전과 한국기업의 투자유치에 관심을 가졌다면, 한국은 러시아의 지하자원과 첨단기술에 주로 관심을 가졌다. 이번에 한러 양국은 혁신플랫폼 구축과 지방도시간 협력, 전력분야 협력, 문화교류 활성화 등 4개 분야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8건이 추가되고 별도로 공식 서명식을 갖지 않은 7건을 포함해 모두 19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러 정상회담 직후에는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 방향을 담은 ‘6·22 한러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모두 32개 조항으로 된 공동성명에서 눈에 띠는 것은 작년에 합의했던 한-유라시아경제연합 FTA 착수와 함께 한-러 간에 서비스·투자 FTA 채결협상을 조속히 개시하기로 한 점이다. 특히 한러수교 30년이 되는 2020년까지 2017년 192억 달러였던 교역액을 300억 달러로, 민간교류도 2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러시아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이번에 전면적인 한러 협력 구상이 빛을 보게 된 데는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작년 9월 문 대통령이 ‘9개의 다리’ 구상을 제안했지만, 남북관계의 악화 때문에 남북러 3각 협력이 필요한 전력, 가스, 철도 사업은 뒤로 미뤄지고 한러 양자협력으로 가능한 조선, 북극항로 사업을 우선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면서 남북러 삼각협력이 앞당겨질 수 있게 됐다. 특히 6월 7일 북한의 지지로 한국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이 되면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잇는 남북러 철도연결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열린 첫 정상회담으로, 이번에 채택된 ‘한러 공동성명’은 북미회담 이후 동북아 신질서의 형성과정에서 ‘한-러 정상이 어떻게 협력구도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러 관계는 기존의 경제적 호혜관계를 넘어 안보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돼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이 본격화된다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된다.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 만들어나갈 새로운 동북아 평화질서로서 ‘동북아 평화안보협력체제’를 제안했다. 동북아지역의 경제적 공통이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동북아 다자간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비전인 것이다.

러시아는 1990년 한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동북아 냉전구도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었다. 이제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이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냉전구조를 넘어 기존의 역내 안보협력과 더불어 동아시아 다자평화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양국의 협력을 넘어 동북아 지역의 평화·번영을 위해 한러 양국의 실질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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