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데일리]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법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지원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하다 재판장에게 크게 질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8일 열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재판에는 원 전 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김 전 기획관에게 2억원을 줬다'는 최모 국정원 예산관의 진술에 대해 묻자 원 전 원장은 "당시에 전혀 기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가 "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게 누군지 기억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청와대에서 비공식적으로 국정원 자금을 쓰겠다 해서 지원한 2억원과 김진모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준 5000만원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김 전 비서관에게는 제가 지원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에 수시로 자금을 준 것도 아니고 달랑 2~3번밖에 안 줬다면서, 무슨 이유와 용처로 지원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추궁했다.

이어 "증인만 모른다고 하지, 다른 국정원 관계자들은 모두 '그때 민정수석실에서 장진수 전 주무관이 폭로할 것 같아 돈을 줬다'고 한다"며 "이를 다 증인에게 보고했고 증인이 5000만원을 지원하라고 해 지원한 것이라는데 증인만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질문들에 원 전 원장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며 "그때 청와대에서 (장진수 등)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제가 전혀 부담을 가지지 않은 걸 보면 2011년에 특활비를 지원한 것 자체를 제가 몰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어떻게 그런 일을 모를 수가 있나"라며 "모른다고 하는 건 말짱 거짓말이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원 전 원장은 "아마 재판장의 말대로라면 당시의 저는 엄청나게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혀 부담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맞섰다.

이 부장판사는 "이렇게 다른 사건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증인의 이야기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모른다고 하느냐"고 지적하고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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