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전 국정원장.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5억원을 지원한 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이 "전달된 돈이 20대 총선 여론조사에 쓰이는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원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보고하는 데 1~2분 밖에 안 걸렸고, 보고 과정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언급했는지 기억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비로 요청한 10억여원 중 5억원만 주라고 이 전 실장에게 지시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는 "제가 지시한 적은 없다.

이 전 실장이 5억원만 주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했고, 이를 수용했다"고 부연했다. 이 전 원장은 "여론조사비라고 이 전 실장에게 보고받았다면 국정원에서 지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그 때 용처를 알았다면 문제점을 알고 지원을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신동철(57)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부터 특활비 지원 요청을 최초로 받은 이 전 기조실장은 이날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이 전 원장 증언과 배치되게 진술했다.

이 전 실장은 검찰이 "이 전 원장에게 '정무수석실에서 20대 총선에서 당선 가능한 사람을 추천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비용을 교부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전달했는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신 전 비서관이 산출한 여론조사 경비내역 내용을 봤고, 대략적인 내용을 이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며 "그 설명을 들은 이 전 원장이 5억원을 지급해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원장은 "이 전 실장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그런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친박 인물을 대거 당선시키려고 정무수석실에서 친박인물 지지도 여론조사를 벌이는 데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원장은 2016년 8월 청와대 측에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국정원장 특활비 5억원을 뇌물로 제공하고, 재직 시절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특활비 1억~2억원을 상납한 혐의로 재판 중이며 오는 30일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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