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헌법재판소는 범인을 건물 안에서 체포하는 경우 별도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주변 수색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당장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 조항이 효력을 잃어 입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특정 시점까지만 법 조항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위헌 결정 방식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216조는 검사나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건물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도 체포영장 집행시 그 장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법률이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피의자가 해당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분명히 한 결정”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다만 “단순 위헌을 결정할 경우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2020년 3월 31일까지 법 조항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입법 기능을 하는 국회는 이 날짜까지 형소법을 개정해야 한다.

더불어 헌재는 관련 헌법 조항의 개정 의견도 냈다.

헌재는 “해당 조항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며 그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잘못에서 비롯됐다”며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위 헌법 조항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심판 대상 조항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 조항에 대한 개정 의견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은 2013년 12월 경찰이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며 대정부 파업을 벌인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김모씨 등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수색하려 한 게 발단이 됐다.

피의자인 A씨 등은 경찰을 폭행하며 저지했고, 수사당국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A씨 등은 애초 경찰의 사무실 수색이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한 불법수색이었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2심 법원인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심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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