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스데일리]이명박 전 대통령(77)의 가신으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8)이 법정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는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9일 열린 공판에서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국고를 손실했다는 공소사실과 뇌물죄 관련 사실관계를 전부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에게는 국정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보낸 돈이 뇌물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며 "또 단순히 돈을 받아 자금을 집행하는 그는 '돈을 받아 이렇게 쓰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앞으로의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김 전 기획관은 "원 전 원장이 전화가 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으니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략적으로 그렇다"며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다음달 18일 열리는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 원 전 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전화할 당시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본다면 증인에게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가 별로 없다"며 "그렇다면 김 전 기획관을 계속 구속 상태에서 재판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건강 문제로) 피고인이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며 "필요하다면 보석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가 기소 등 관련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MB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며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연루됐다. 그는 2008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고, 김 전 기획관이 받았다고 보고 이 전 대통령을 '주범', 김 전 기획관은 '방조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법원은 김 전 기획관에게 지난 1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구속 이후 검찰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4일 첫 재판에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께 알려지도록 최대한 성실하고 정직하게 남은 수사와 재판 일정에 참여하겠다"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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