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으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18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남북관계의 담대한 발전이 될 것이다. 이 의제를 남북 최고지도자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려한 성과보다는 토론 중심, 대화 집중의 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위한 마중물이면 될 듯싶다. 그것만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성공한 회담이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과욕일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드러나는 성과에 연연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법이 아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디딤돌 역할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해 두 최고지도자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것이 최대치 목표치다.

우선 급한 것은 남측과 미국 당국이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비핵화 평화체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해야 한다.

정의용 안보실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집중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한미 간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트럼프 대통령 입장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돼야 비핵화 평화체제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평화체제에 대한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도록 남북정상회담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 해법을 충분히 논의하는 회담이 돼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리비아나 우크라이나 방식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식 해법’을 제안한다.

북한식 해법은 우선 북미 양 정상 차원에서 큰 틀의 비핵화 목표와 로드맵을 일괄 타결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우선은 비핵화 문제를 큰 틀에서 합의하고, 그다음 이행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단계적으로 이행을 하고, 보상 문제는 단계적 이행에 맞춰 행동 대 행동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북한식 해법은 현실적으로 핵고도화 수준이 80~90%에 달한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미리 어떤 목표를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가는 것이 아니고 하나, 하나 단계별로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방식은 상호 신뢰가 전혀 없는 북미가 비핵화를 위해 가는 최선의 방식이다. 상호 신뢰를 쌓아가면서 비핵화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윷판에 비유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윷놀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사람이 낙을 하거나 윷판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중매인’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김정은 두 지도자가 윷판에서 제대로 놀 수 있게, 노는 과정에서 여러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지만 윷판을 걷어치우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좀 더 차분하게, 진지하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 평화체제의 여정은 한 번의 윷놀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몇 번에 걸쳐 반복, 발전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궁극적으로 비핵화 평화체제에 도달하는 경로일 것이다.

남북정상회담도 문 대통령 임기 내 한 번에 걸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번 개최될 것이다. 올해도 한 두 차례 더 개최될 수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명칭이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정상회담에 너무 기대치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 현시점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숭늉 만들기 전 단계, 불을 붙여 숭늉 만드는 직전 단계에 있는 듯하다. 그렇게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너무 큰 기대보다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많은 대화가 북미정상회담으로 바로 이어지고,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충분히 대화하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통 큰 결단과 좋은 출발을 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목표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최고지도자가 호랑이 등에 타게 하는 출발점이 되는 회담이 돼야 할 것이다. 호랑이 등에 타기는 쉬워도 한 번 타면 내려오기는 매우 어렵다.

1989년 12월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세계적 차원의 냉전 해체를 선언한 몰타회담의 한반도판, 제2의 몰타회담이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필자: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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