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뉴스데일리]지난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이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대통령 자신이 아세안(ASEAN)과 인도를 한반도 주변 4강에 버금가는 수준의 파트너로 격상한다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한 후 아세안 국가로서는 최초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이번 베트남 방문을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 성과와 의미는 더욱 값지다 할 수 있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Doi Moi, 刷新)를 추진한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통해 전 세계 신흥시장의 대표주자로 부상하였다. 특히 베트남은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연평균 6.6%의 고성장을 지속해 중소득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에 더해 베트남은 캐슈넛, 후추, 커피원두, 쌀 등에서 세계적인 수출국이자 아세안의 관광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활발한 외국인투자를 배경으로 전기·전자, 섬유·의류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베트남은 수교 이후 괄목할만한 경제협력파트너로 성장하였다. 수교 25주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양국 간 교역규모는 130배 증가하여 베트남은 우리의 4대 교역상대국이자 3대 수출시장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우리의 5대 해외투자지, 최대 개발협력 대상국, 250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 입국국가 등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신남방정책의 중점 대상지역인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에서 베트남은 우리 교역, 투자, 개발협력, 인적교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핵심국가이다.

이러한 성장과 변화는 베트남이 가진 거대한 성장잠재력과 전략적 입지에서 비롯된다. 베트남은 우선 풍부한 자연자원, 인구 1억에 가까운 큰 내수시장,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정치·사회적 안정,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발 의지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구보너스 효과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 둘째, 베트남은 2016년 현재 인구 6억 3500만 명, GDP 2조 6000억 달러 규모의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회원국일 뿐만 아니라 AEC의 경제통합효과를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국가로 손꼽힌다. 이에 더해 베트남은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뉴질랜드와 다자간 FTA를 체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8년 3월 서명한 CPTPP와 최근 협상중인 RCEP에도 가입하고 있다. 더 나아가 베트남은 한국, 일본, 칠레 등과도 양자간 FTA를 체결했고 EU와도 FTA를 체결했을 정도로 동아시아의 FTA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셋째, 베트남은 고성장 지속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시장의 개방 수준과 속도가 아세안에서는 가장 높고 빠르다. 수많은 다국적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진출하고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비즈니스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넷째,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동아시아에 위치한다는 전략적 중요성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도 부상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음에 따라 점증하는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의 대체 또는 보완지로 각광받고 있고, 이는 베트남이 다국적기업의 전략적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는 가장 큰 배경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베트남의 새로운 25년을 여는 미래공동선언’을 발표함과 동시에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증진하기 위해 ‘교역 1000억 달러 달성 액션플랜 양해각서(MOU)’, ‘소재·부품산업 협력 MOU’, ‘교통 및 인프라 협력 MOU’, ‘건설 및 도시개발 협력 MOU’, ‘4차 산업혁명 대응협력 MOU’, ‘고용허가제 MOU’에 서명하였다. 양국은 정부 간 협력을 증진하고 민간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섬유·신발, 전력, 에너지안전, 무역구제 등 5개 분야에서도 MOU를 체결하였다.

이와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참가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추진의 원년을 맞아 한-아세안 미래공동체의 핵심 파트너인 베트남과의 새로운 25년을 여는 경제협력 방향으로 ▲상호 호혜적 경제협력 관계 구축 ▲아세안 공동 목표인 연계성(Connectivity) 강화를 위한 협력 ▲미래 성장동력 창출 공동노력 ▲일자리 중심 경제협력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수준을 한 차원 높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협력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또한 신남방정책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점과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베트남 방문은 양국의 공동 번영을 위한 새로운 경제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필자: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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