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법원이 22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가 거액의 뇌물수수·횡령 사건의 주범이라고 본 검찰의 수사가 소명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류심사 끝에 이날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와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비춰 12개 안팎에 이르는 혐의사실이 매우 무거운 반면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구속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파악한 이 전 대통령의 불법 자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액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에 대신 내준 소송비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110억원대에 이른다.

검찰은 또 다스에서 350억원대의 돈이 빼돌려지는 과정에 이 회사의 실소유주인 이 전 대통령이 적극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등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다스의 '비밀창고'에서 입수된 서류 등 결정적 증거들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일정 정도 뒷받침한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박 부장판사가 증거인멸 가능성을 우려한 주된 이유로 검찰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의 태도가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차명재산으로 결론 낸 다스 및 도곡동 땅에 대해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와 진술에 대해서는 '조작됐다'거나 '처벌을 경감받기 위해 허위 진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검찰의 증거를 반박할 구체적 자료와 물증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채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은 향후 사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그들의 진술을 돌려놓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건 관련자들과의 형평성도 박 부장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서 고려했을 사안으로 여겨진다.

'MB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여러 인사들이 구속기소 된 만큼 이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구속 결정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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