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

[뉴스데일리]미국 트럼프 대통령발 무역전쟁의 전운이 무겁게 감돌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18년 3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들과 가진 백악관 간담회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일제히 반발하면서 보복조치 방침을 언급하고 나섰다.

유럽연합의 경우,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확정한다면 미국산 제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리바이스 청바지, 버번 위스키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 제품에 대한 EU의 관세부과 방침은 미국 의회 유력인사들의 지역구(할리데이비슨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 지역구인 위스콘신, 버번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켄터키, 리바이스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 본사 소재)를 직접 겨냥함으로써 의회 지도부에 대한 압박을 통해 철강업계의 본산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구애를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중국도 대두와 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복만이 아니라 미국 농업계를 자극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효과도 함께 노리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면서 통상 환경에 변화가 예고된 바 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최근 신고립주의와 반세계화 정서가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철강에 대한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부과 결정, 최근 가정용 대형 세탁기 및 태양광 셀과 모듈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 일명 세이프가드 발동 등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기치 하에 일련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을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경우는 드물었다.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른 상무부의 세 가지 권고안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모든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가? 첫째, 너무 즉각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기보다 추이를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이나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보복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적인 보복조치의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일차적인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주요국을 대상으로 양자간 채널을 동원하여 아웃리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을 대상으로 할 경우, 미국 내에서도 주요 동맹국에 대해서는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철강 이외의 다른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이러한 조치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도 우리의 입장을 개진하는 소통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처럼 양자관계를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다자간 공조에도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이 지나치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바탕으로 다자차원에서 모든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배격해야 한다는 경고를 발동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한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할 것을 주문할 필요가 있다.

무역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성장과 고용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일련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국제적으로 교역이 급전직하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국제규범과 시장원칙이 통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적 현안이 된 지금 정부와 업계는 물론 근로자와 국민 모두가 차분하고 현명한 대응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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