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보고서=경남경찰청 제공)

[뉴스데일리]성폭력 신고를 도왔다가 음해성 소문에 시달렸다는 현직 여경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직후 일선 경찰서에서 해당 여경에 대해 악의적 허위 여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해당 여경이 현재 근무하는 경남도내 A 경찰서 청문감사실 부청문관(경위)은 지난 14일 'A 경찰서 직원 여론'이라는 제목의 A4 1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부청문관은 경남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감찰관(경위)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감찰관은 당일 오전 경찰청이 인터넷 내부 게시판에 공지한 피해 여경 사건의 처리 결과와 관련해 여론을 살펴봐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후배 여경의 성폭력 신고를 도운 이후 신원이 노출돼 각종 피해를 겪었다며 지난달 1인 시위를 통해 진상 조사를 촉구한 해당 여경의 주장이 모두 사실임을 감찰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날 공식 발표했다.

경찰청은 여경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허위 소문에도 시달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청은 당시 관련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경찰관 7명을 시민감찰위원회 의견을 수렴한 뒤 징계위원회에 넘길 계획이라고도 공지했다.

그러나 이후 A 경찰서 부청문관이 작성한 여론 보고서를 보면 성 비위 피해 신고 조력자인 해당 여경에 대한 2차 피해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해당 보고서는 "직원 대부분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거나 "성 비위 제보와 별건으로 방치 차량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아 문제가 된 부분에 반성은 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과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제 그만둬도 될 텐데 A 경찰서로 전입해 와서 A 경찰서 이미지만 나빠졌다", "경찰청과 경남경찰청의 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해 시민감찰위에 판단을 맡기는 일도 올바르지 않다는 여론이 상당하다"며 피해 여경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주로 실었다.

게다가 이 보고서 내용 역시 부청문관이 경찰서에서 직접 수집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본인이 허위 작성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A 경찰서 측은 "특정 직원에게 물어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작성자 스스로가 평소 들은 얘기를 보고서 형태로 작성했다고 한다"며 "보고서 내용은 전체 직원의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보고서는 작성자가 실수로 피해 여경 당사자에게 보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피해 여경은 "저에 대한 '세평(여론)'이 이번에 처음 작성된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관계자 형사 처벌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경찰청은 A 경찰서 부청문관과 경남경찰청 감찰관에 대해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문책성 전보를 할 방침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보고서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사실관계를 밝혀 상응하는 징계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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