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정책소통국장·대변인

[뉴스데일리]동면에서 깨어났다. 입춘이 오려면 며칠 더 남았는데, 부지런히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잠들었던 마디마디를 돌려본다. 허투루 지나온 시간의 중량만큼이나 의욕은 충만하다.

조이고, 닦고, 기름칠하고 재도약의 시동을 걸어본다. 새 출발. 이만큼 가슴 설레는 말이 얼마나 있을까. 문재인정부 국가균형발전정책 얘기다.

청와대의 위원장 인선 후 5개월여. 그동안 지역발전위원회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 중 가장 먼저 위원 구성을 마치고 법령과 추진체계 정비에 몰두했다. 잠들었던 국가균형발전의 가치 회복이 급선무였다.

궤도에서 이탈한 정책의 방향을 다시금 정비하고 거기에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정책을 구상해야 했다.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본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없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깨고 싶었다.

갖가지 핸디캡을 넘어서야 했다. 한고조 유방의 ‘여하(如何:어떻게 하지?)’에서 답을 찾았다. 전투를 앞두고 늘 참모들의 조언을 구했던 유방의 태도는 당대 많은 지식인들을 끌어 모았고 장수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토록 했다.

라이벌 항우의 리더십과 대비된다. 유방의 후손인 유비 역시 큰 귀의 소유자였다. 후한서에 유비는 ‘대이아(大耳兒:귀가 큰 아이)’라 놀림 받지만 그 큰 귀로 자신의 다소 부족한 경륜과 지략을 덮고 공명의 천하삼분론을 실현시킨다.

정말 많이 다니고, 정말 많이 들었다. 당연직 위원인 각 부처 장관들과 위원들, 기획단 직원들이 전사적으로 움직였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공청회, 시도별 정책토론회, 혁신도시 포럼 등 다양한 주제로 전국을 누볐다. 심지어 현해탄까지 건너 국제 교류의 물꼬도 텄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들을 고루 만났다. 소통, 특히 경청에서 유념해야 할 지점은 균형감이다. 지자체의 목소리만 들어서도 안 되고 교수님들의 아이디어에 너무 천착되어서도 곤란하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하소연과 언론의 날카로운 지적도 겸허히 들어야 하고, 지역의 기업이나 지방대학의 애로사항도 귀담아 둬야 한다.

실제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대사에 있어 유례를 찾기 힘든 공론의 장도 마련했다. 2018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1.24~26). 한국정치학회, 경제학회, 사회학회 등 대한민국 사회과학을 대표하는 36개 학회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처음으로 대의를 모았다.

그간 본연의 학문분야에 주력하느라 공동의 정책담론 형성과 국가적 비전 제시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던 석학들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화두로 지혜를 모은다. 제대로 된 집단지성의 발현이다. 혹자는 성균관 이래 최초의 일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21세기판 만민공동회의라고도 한다. 수식어야 어쨌든 전에 없는 소중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빅 이어(big ear) 만큼이나 폭 넓게 고견을 모은 ‘국가균형발전정책 비전과 전략’도 곧 베일을 벗는다. 5대 국정목표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의 큰 그림이다. 일자리, 저출산고령사회, 4차산업혁명과 함께 4대 복합혁신 과제로 다른 과제들의 현장이 되는 ‘균형발전’의 청사진이다. 정부 위원회 중 가장 많은 13개 부처와 17개 시도의 의견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통 큰 기획이다. 지역의 염원을 담은 사람중심의 지역 정책이 지금 그려지고 있다.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의 줄을 풀고 다시 고쳐 맨다’는 뜻의 고사로, <한서, 동중서전>에서 유래한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느슨했던 끈은 이제 단단히 조여졌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젊은 날의 꿈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전국의 인재들과 함께 혼신을 다해 연주할 일만 남았다. 길고 긴 동면에서 깨어나, 다시 뛰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아름다운 가락이 지역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내일을 기약한다.

필자:박진영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정책소통국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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