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회장.

[뉴스데일리]보수 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이 특정 정치인을 성토하는 집회를 벌이기로 국가정보원과 사전에 조율하고 사례금까지 오간 정황을 뒷받침하는 검찰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의 재판에서 국정원 방어팀에서 어버이연합 관리를 담당한 직원 박모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추선희(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씨와 연락해 집회 내용을 미리 조율했다"며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말을 하면 추씨가 '안 그래도 박원순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시위하겠다'고 전해줬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같은 대화가 오간 뒤 언론과 경찰 등 정보라인을 통해 그날 시위가 이뤄졌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또 "국정원에서 추씨에게 매달 200만∼300만 원을 전달했다. 돈을 현금으로 주면 영수증을 받는 방식이었고, 매달 돈을 주니 제 요청에 따라 추씨도 움직였다"고도 진술했다.

이어 "어버이연합을 동원한 것은 국정원이 정치에 전면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매우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유 전 단장 지시로 이뤄졌고, 이들 단체가 일간지 등에 특정인 비판 광고를 싣는 것 역시 단체 명의만 빌린 것이지 실제로는 국정원이 주도해 시행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검찰은 방어팀 팀장으로 재직한 이모씨의 진술조서도 공개했다.

이씨는 "보수단체와 국정원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원세훈 원장의 지시로 특정 단체에 후원금을 지급하는데, 중요 현안에 대응을 잘한 단체들이 대상이다. 지원금 규모 측정 방식은 어느 정도 관례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보수단체 지원금 규모는 시위의 경우 동원 인원이 10명 안팎이면 100만 원, 20∼30명이면 200만 원, 30명 이상이면 300만 원 이상이다. 또 칼럼을 게재할 경우 30만 원,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면 200만∼800만 원이 지급된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직접 받은 것으로 조사된 유 전 단장의 진술조서도 공개됐다.

유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원 원장으로부터 보수단체 지원을 확대하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이 난다"며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지원하라는 지시는 결국 국내 여론에 개입하라는 것이라, 해서는 안 될 일이기에 너무 부담됐다"고 밝혔다.

그는 "원 원장은 박원순 당시 변호사를 매우 싫어했다. '종북좌파다', '대통령이 될 꿈이 있는 사람으로 초장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는 지시를 많이 했다"고도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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