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뉴스데일리]눈과 얼음의 축제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보니 대회를 준비하는 강원도는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손님맞이에 소홀함이 없도록 손길 닿는 곳마다 정성을 쏟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손님을 모시기 전에 집 안팎을 정갈히 닦고 구석구석을 개운하게 쓸어내는 일은 주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 걸음 마다않고 찾아준 손님의 발걸음을 흡족하게 하는 주인공은 역시 소박하지만 맛깔스럽게 차려낸 음식 한상이다.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겠는가. 아무리 좋은 구경도 입이 먼저 즐거워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강원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강원 대표음식 30선을 선정했다. 강원 ‘나물밥’을 비롯해 강원도 내 각 시군이 야심차게 내놓은 대표 음식이 총 망라돼 있어 음식 이름을 열거하는 것 만으로도 미각이 자극된다.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는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는 물론 원주 뽕잎 황태밥, 강릉 감자옹심이, 동해 생선찜, 속초 닭강정, 홍천 화로 숯불구이, 횡성 한우구이, 평창 황태구이, 정선 곤드레밥 등이 포함돼 있다. 어느 것 하나 빠뜨리면 서운할 정도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이지만 특히 나물밥은 강원도 농업기술원이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개발하고 자신 있게 선보인 국가대표급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는 나물밥을 관광 상품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전문음식점 60곳을 연내에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말로만 듣던 강원 나물밥을 직접 맛볼 기회가 있었다. 농촌진흥청 블로그 기자단과 함께 강원도 강릉과 양양, 횡성을 돌며 솜씨 좋은 농가맛집의 건강한 밥상을 마주했다. 농가맛집이란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에 그 고장 음식문화의 스토리를 입혀 향토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한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이다. 현재는 전국에 약 117개의 농가맛집이 자리를 잡고 향토음식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는 지역의 대표 음식 지킴이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찾은 횡성의 ‘오음산 산야초 밥상’과 양양의 ‘달래촌’, 강릉의 ‘서지초가뜰’은 모두 농가맛집이면서 강원 나물밥 전문음식점으로 선정된 곳이다. 서로가 품은 이야기는 달라도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며 자연이 내어주는 대로 절기에 맞게 치유밥상을 차려내는 솜씨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식이섬유 함량과 항산화 활성이 뛰어난 4가지 나물(곤드레, 참취, 곰취, 어수리)과 표고버섯이 찰진 밥과 조화롭게 섞여진 나물밥은 ‘강원도의 맛’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향긋했다. 산채를 활용해 만든 갖가지 비빔 소스 역시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순하고 건강한 맛을 선사했다. 첫 맛은 약간 심심하지만 자꾸 음미하다보니 야생나물 고유의 맛과 향이 살며시 올라오며 몸을 살리는 밥상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히 강원 양양의 ‘달래촌’은 나물밥 외에도 원적외선 찜질방과 한방치료실을 갖춘 ‘몸마음치유센터’를 열고 몸과 맘, 삶을 달래고픈 이들을 위해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별도의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비교적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하기에도 좋을 듯싶다.

‘좋은 음식은 약이 된다’는 뜻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음식 하나하나에는 그 고유의 효능과 기능이 있으니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잘 먹는 일이 곧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얘기다.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을 찾는 외국인이나 국내 여행객들이 설원을 가르는 선수들의 열정과 강원도의 청정 자연을 만끽하며 몸과 마음을 살리는 우리 전통 농가밥상의 숨은 진미를 느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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