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헌법재판소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일정 금액 이상 금품을 받았을 경우 부정한 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금융기관 직원 A씨가 옛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4항1호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해당법 5조1항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을 수수·요구·약속했을 때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5조4항1호는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헌재는 "금융기관은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 임직원의 직무집행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므로 수수액이 많을수록 병폐와 피해가 심화되고 범죄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크다"며 "1억원 이상 직무 관련 수재행위를 가중처벌하더라도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융기관 임직원은 공무원 등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인회계사 등 다른 직역 종사자에 비해 중하게 처벌하더라도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신용카드회사·캐피탈회사·미소금융재단 등과 비교해 차별받는다고 주장하나 공공성이 있는 기관 중 어느 범위까지 처벌할지는 입법자가 선택할 사항"이라며 "해당 기관은 한정된 범위에서 금융업을 영위해 부패의 위험성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기관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이진성·안창호·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우리 법체계상 특경가법 5조1항 외에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직무관련 수재 등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매우 드물고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이 조항이 유일하다"며 "금융산업 발전 및 확대로 금융기관 임직원의 업무도 다양화돼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산관재인, 변호사 등 공공성이 강한 다른 직무 관련 수재죄의 법정형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2007년 대출에 대한 수수료 또는 사례금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추징금 각 1억5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A씨는 항소심 재판 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6년 7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헌재는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같은법 5조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같은법 5조4항2호에 대해 재판관 5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선애 재판관은 이 사건 대리인이 직전에 근무했던 법무법인 소속이어서 결정에서 회피됐다. 5조4항2호는 수수액이 5000만원 이상인 때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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