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최순실씨.

[뉴스데일리]'국정농단 실세' 최순실씨(61)가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대내외 정치활동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최씨는 그간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잡아떼 왔지만 이번 증거공개로 한층 더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 진행된 최씨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이에서 오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이 파일은 검찰 수사관이 CD(콤팩트디스크) 형태로 구워 법정에 제출한 것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13년 2월17일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취임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새 정부에서 하려는 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복지. 하나는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이라며 "두 가지가 중요하고 그 다음에 한반도 신뢰 평화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 담을 주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여기서 최씨는 "경제부흥이라는 단어가 좋다"고 말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이 "경제부흥, 국민행복"이라고 답했다. 이에 최씨는 "국민행복도 좋다"고 화답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복지' '창조경제' '한반도 신뢰 평화 구축'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거기에 문화를 넣으셔서 국가 기조가 형성돼야, 재외공관하고 대사관하고 그런 걸 다 내려주셔야 된다"며 "그게 이번 취임사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10월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는 국가정보원과 군이 전년도의 대선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초 예정된 유럽 순방일정을 앞두고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논란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던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복지부 장관도 새로 선임됐고 차관도 있으니까 당부말씀을 하고 가셔야지 (박 전 대통령이)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어지러운 정국을 그냥 두고 해외 순방을 나가는 것보다 '당부말씀' 형태로 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대수비나 국무회의를 통해 마련할 것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정 전 비서관도 "목요일날 그거(대수비) 하는 걸 결정해 잘 결정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거 안했으면 (박 전 대통령이) 국내에는 너무 입닫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 있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최씨에게 전했다.

이어 2013년 10월30일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는 이튿날 대수비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할 내용에 대해 최씨가 일일이 지시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댓글의혹에 대한 대국민 의혹을 발표한 직후였다. 이 때 최씨는 "정홍원 총리 때 다 얘기를 한 것이라 또 똑같은 얘기를 하기 어렵다"는 정 전 비서관의 말에 "그래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꼭 해줘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외행사에 대해서도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나타났다. 2013년 12월 초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에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안가셔도 되는데 지금 경제수석 등이 계속 (박 전 대통령의) 참석 요청을 재고해주셨으면 하는 요청들이 많았다"고 최씨에게 보고했다. 이에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의향을 확인해 자신에게 보고해 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씨는 2013년 11월 박 전 대통령의 담화문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해서 이렇게 그거를 하라고 해달라고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정쟁을 이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국정을 이렇게 1년 동안 하는 것이 야당한테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려고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녹취록 공개에 대해 검찰 측과 최씨 측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증거채택이 안된 CD파일을 트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무슨 내용인지 못 알아들을 수 있어서 같이 보면서 해야 무슨 얘기인지 귀에 들어온다"며 최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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