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응혁 경찰대학 교수.

[뉴스데일리]지난해 세계 여행자들이 매긴 치안수준 평가에서 대한민국은 117개국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통계를 보더라도 살인, 강도, 방화 등 중요범죄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성폭력범죄로 한정하면 어떻게 될까?

대검찰청의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5년 성폭력범죄는 3만 1063건 발생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동안만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15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통계수치만 보더라도 크게 우려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발 더 들어가 문제를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통계상 성폭력범죄는 강간 및 강제추행뿐만 아니라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통신매체 이용음란 등 다양한 유형의 성폭력범죄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성폭력범죄도 증가했지만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최근 10년간 가장 급격한 증가를 보이며 2006년부터 2015년까지 517건에서 773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성폭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촬영하기 쉬워졌다는 특수한 사정도 있겠지만 결국 그동안 신고되지 않았던 성폭력범죄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신고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폭력범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인가? 유감스럽지만 앞으로도 상당부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사회적 변화와 관련기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은 신고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6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2.2%의 피해자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나머지 피해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이렇게 증가했고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성폭력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우선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2016년 9월 26일 발표된 ‘디지털 성범죄(불법촬영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며 향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왜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지를 고려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피해자가 피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2016 성폭력 실태조사 50.1%, 이하 수치만을 표기한다)지만 이는 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화계 내 성폭력과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제 성폭력 문제를 보다 깊게 인식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럼 다음으로 피해자가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점(20.9%)과 증거가 없다는 점(10.5%)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훌륭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과 자치단체, 여성가족부, 운영기관이 협업해 운영하고 있는 해바라기센터(법률상은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가 그것이다. 이 센터는 선진국인 일본도 벤치마킹했으며 현재 유엔과 협력해 인도네시아 등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 센터의 장점은 성폭력피해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으로써 피해자는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신체에 남겨진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술을 조서화 및 녹화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지원들도 2차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종합적으로 제공된다. 더구나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과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는 의학적·심리적 진단과 평가 및 치료도 해주며 나아가 간병비 및 돌봄비용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모든 성폭력피해자가 이러한 서비스를 손쉽게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센터는 전국에 총37곳이 있는데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도시 등의 경우 너무 멀어 이용하지 못 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센터별로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큰 차이가 있다. 센터는 크게 위기지원형과 아동·청소년형 그리고 이를 통합한 통합형이 있는데 아동·청소년형의 경우 24시간 운영되지 않으며 일부 센터의 경우 조사시설이 없어 결국 다른 장소로 가서 경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위기지원형과 통합형도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이가 크다.

또한 수사지원 외에도 여러 차이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센터에 따라 피해자국선변호사가 배치되지 않은 곳이 있다. 물론 변호사가 배치돼 있지 않더라도 필요시 효과적으로 연계하면 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연계가 원활하지 않은 곳도 있다.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렇게 지역별로 차이가 커도 괜찮은 것일까? 피해자를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균등하게 제공돼야 한다. 즉 공공서비스는 선별적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필자:장응혁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