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한동대 교수.

[뉴스데일리]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부터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섰는데, 첫 방문지 인도네시아에서 신남방정책(The New Sud Politik)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신남방정책은 한국과 아세안국가들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대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으로 대선후보시절부터 핵심공약이었으며 집권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는데, 이번 방문에서 마침내 닻을 올린 셈이다.

인도네시아 연설의 핵심은 지난해 1188억 달러의 양자의 교역규모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로 한중교역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세계시장 개척의 동반자로 가자는 것이다. 이는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번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상품교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술과 문화예술, 그리고 인적교류까지 확대를 내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연설 중에 언급한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기여하는 ‘평화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은 사람중심의 국정철학과도 깊이 닿아있는 신남방정책의 비전이다. 

오늘날 한반도와 세계는 글로벌 위기, 동북아 역내 위기, 한반도 위기가 중첩될 뿐만 아니라 협력과 갈등의 역설 구조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는 미중이 갈등하며 지정학이 부활한다. 시진핑의 중국과 아베의 일본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갈등하면서 미중 갈등의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푸틴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면서 대미전략으로서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가속화로 핵무기 실전배치라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직전인데, 남북관계를 규율하던 모든 합의가 사문화돼  과거 냉전시대로 회귀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생존공간인 동북아는 물론이고 이를 넘는 적극적인 평화협력외교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기존의 주변 4국 외교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일대일로나 러시아의 동방정책처럼 우리의 국력에 맞는 중장기 지역비전인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형성을 모색하려한다. ‘플러스’는 업그레이드 또는 확산이라는 3중의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 동북아는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지역임을 인정하고 최우선 순위로 대처해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동시에 동북아의 틀에 갇힐 경우 생존문제에만 급급해 안보딜레마와 진영대결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 인도, 몽골, 호주, 유럽까지 확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슈의 영역에서도 정치적 생존을 넘어 경제적 공영 그리고 사회문화 및 인적교류의 영역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며 가치외교와 공공외교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정부 당시 동북아시대위원회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지역비전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는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의 3축으로 이뤄지는데, 전자는 평화를 지향하며 후자의 2축은 번영을 추구한다. 신남방정책은 바로 번영의 축에 해당하며, 다른 두 축에 비해 가장 역동적이고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은 이미 우리의 제2위의 교역·투자·건설수주 대상이자 제1위 방문지역이며, 한류가 가장 왕성한 곳이다. 교통과 에너지, 수자원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은 즉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영역들까지 포함하면 관계진전에 최적의 요건을 가지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우리의 미래번영에 훌륭한 대안을 제공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성공적 결실을 위해 지금까지 중국과 일본이 실패했던 이유였던 일방적 관계보다 쌍방향, 그리고 사람중심의 관계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현지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신남방정책은 안보적 차원에서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 구도에 숨통을 트여줄 대안으로서의 의미도 남다르다. 시장다변화를 통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외교다변화 및 다자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포함한 역내 진영대결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순방 앞두고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균형외교 의사를 밝혔고, 한미정상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재확인했다. 참여정부 당시의 논란을 불식하고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가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외전략이 지향하는 목표는 한마디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다.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한 가짜안보가 아닌 진정한 안보를 추구하고 평화를 통한 국익확보, 평화를 통한 민생, 그리고 평화를 통한 공동번영을 추구한다. 이는 안보를 통한 평화보다 평화를 통한 안보가 훨씬 낫다는 세계적 평화학자 요한 갈퉁의 명언과 그대로 일치한다.

당면한 대외환경의 복잡성, 불안정성,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도의 자강외교를 통해 평화주도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 평화담론으로 안보포퓰리즘과 안보딜레마를 극복하고, 남북관계의 적극적 개선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운신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신남방정책을 포함한 지역비전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할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필자: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과 교수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