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본부장.

[뉴스데일리]하얀 도화지(圖畵紙)가 생겼다. 오랜 시간 그려왔던 무언가를 그릴 수 있다는 순간의 기쁨을 뒤로하고, 이내 난처함이 찾아왔다. 쉽사리 채워질 것 같던 도화지가 여전히 처음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혁신을 추진해야할 중소벤처기업부 얘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컨트롤하고,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바로 잡아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현안 해결을 위해 현장과 소통하고 유관부처, 국회 등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큰 틀에서 5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첫째, 경제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도달했다. 대기업 정책을 총괄하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이 아닌 창업과 벤처, 중소기업 혁신을 위한 전담부처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 성장을 통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복원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타 부처에 소속된 중소기업 유관기관도 이관이 필요하다.

둘째,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불공정한 관행은 기업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 불공정행위 근절과 기술탈취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와 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 그리고 임차상인 권리 강화도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50년간 정책 우선순위가 성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고용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업·벤처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실효성 있는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의 혁신성과 독립성을 촉진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넷째, 규제개혁을 통한 강소기업 육성이다.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테슬라와 우버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은 혁신성과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에게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규제’라는 걸림돌이 혁신을 위축시키고 있다. 기술의 빠른 발전과 융·복합에 맞춰 신기술분야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고 인수·합병시장을 활성화해 창업·벤처기업의 변화와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다섯째, 정책적 지향점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는 균형자가 돼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중소기업인들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급속한 정책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속도와 폭을 조절하고, 현장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정책과 현실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채워진 도화지 위에서 중소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사를 그려갔으면 한다. 창의성과 민첩성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이 국가의 혁신역량을 결정하고,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 중소벤처기업부 출범과 함께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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