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데일리]대법원이 심리 중인 장기 미제 사건 상위 30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노동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판단을 미루는 것은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을 최종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최고 법원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국회 버베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양주시)에게 제출한 ‘대법원 장기미제 사건 목록’을 보면, 민사사건이 노동사건 14건을 포함해 25건으로 가장 많고, 형사사건은 3건, 행정사건은 2건 순이다. 장기 미제사건 30건 중 14건(46.7%)이 통상임금, 해고무효 등 노동 관련 사건이고 통상임금 관련 사건이 8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근무 시 휴일근로수당과 함께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하라는 취지로 낸 5건의 소송이 있다. 현재는 휴일에 일하는 경우 기본수당(통상임금의 100%)과 휴일근로수당(50%)만 받지만, 여기에 연장근로수당(50%)까지 더해 통상임금의 200%를 휴일 임금으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에 장기간 계류 중인 다른 사건으로는 운수 노동자들이 버스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제기한 임금 소송도 있다. 전북 전주 제일여객 노조지부장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양측은 지급해야 할 통상임금의 범위를 두고 다투었고 대법원 민사3부에 배당돼 6년 가까이 미제 상태로 남아있다.

또한 인천 삼화고속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도 2013년 5월 대법원에 접수됐지만 아직까지 선고가 나지 않았다.

그 밖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해고무효를 다투는 사건이 있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에서 일하던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도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계류 중인 최장기 미제 사건은 2008년 국방부의 불온서적 군대반입 금지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가 감봉 등 징계를 받은 군법무관 한모씨 등이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이 사건은 2011년 9월 대법원 특별3부에 배당됐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 사건의 경우 유사한 쟁점의 사건이 계속 접수되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경향이 있고 대법원에서는 유사한 쟁점을 통일적으로 검토하여 처리하느라 판단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지나치게 늦은 판단은 사회 혼란을 방치한다는 반박도 있다.

정성호 의원은 “대법원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뒤로 미루며,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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