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뉴스데일리]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법부 개혁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의 인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의원 2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그동안 김 후보자는 사법행정권 축소, 법관인사 이원화 등 수직적 사법부 구조 개선을 통한 사법개혁의 뜻을 밝혀왔다. 대법원장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판 중심 사법부'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사법행정은 결국 재판을 지원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는 행정이 오히려 재판을 '리드'하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사법의 관료화 폐단을 가져왔고,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문제의 발화점"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에 대한 인사시스템을 별개로 분리하는 '법관인사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의 법원은 '평판사-지법 부장판사-고법 부장판사-대법관-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가 공고화된 상태다. 소수만 고법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어 인사권을 지닌 대법원장의 힘이 과도해지고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법관 제청권' 등 대법원장의 인사권한에 대해서는 "자의적 행사를 자제하겠다"고 밝혀 향후 개헌을 전제로 한 사법개혁 논의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퇴직 고위법관의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를 계기로 발족한 '전국법관대표회의'와의 관계도 전향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당시 법관 사무분담과 인사이동, 출산휴직 등을 법관들끼리 회의를 통해 협의하도록 하는 등 법관 스스로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에 대해 강조해 왔다.

최근 3차 전체회의를 마친 법관회의는 대법원장 자문기구로서의 상설화를 골자로 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안'(가칭)을 대법관회의에 송부, 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규칙안에는 ▲대법원 규칙의 제정·개정에 대한 의견 제출 ▲대법원 내규·외규에 대한 수정 또는 변경 요구 ▲법관인사위원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등 각종 사법행정에 관한 위원회에 법관 위원 추천 등을 비롯해 사법부 행정 전반에 법관대표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축소·견제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이 연구회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의심의 대상이 된 컴퓨터를 조사하고자 시도했지만 조사할 수 없었다"며 "모든 내용에 대해 살펴서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적 성향의 대법원장이 임명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 등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 법원들은 '대체복무제 부재' 등을 지적,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반란'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상고제 개선·대법관 증원 등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의 개선에도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1년에 4만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이 접수되는 점을 언급하며 상고허가제 등 상고제 개선이나 대법관 증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경험이 없는 대법원장이 임명되는 것은 50여년만에 처음이다. 김 후보자의 임기는 25일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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