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교수.

[뉴스데일리]청소년폭력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경험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발달한 SNS로 인해 전 국민이 그 참상을 알게 된 것이 소년법 폐지의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총기난사사건이 교정 안에서 일어나고 청소년 간에 마약이 공공연히 거래되는 서구 사회에 비하자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수준은 결코 심각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인데, 그래도 아예 실상을 모르던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놀랍기 그지없다. 더욱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천의 고등학교 중퇴자가 벌인 살인사건에 연이어 터진 피칠을 한 여중생의 사진은 소년사법체제의 부실함에 대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엽기적인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손쉬운 대안은 바로 엄벌주의다. 하지만 우리가 집행한 여러 가지 엄벌주의 결과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 것인지 꼭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발생하지 않던 범죄 중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묻지마 살인이다. 공공장소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인명을 살상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정신질환자들도 존재하지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또 다른 부류가 바로 반사회적 누범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해 어릴 때부터 가출과 비행을 일삼은 자들이다.

최근 엄벌주의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기간이 길어지자 그야말로 출소 후 즉시 부랑자 생활로 전전하다가 아무나를 대상으로 복수극을 펼친다. 이들을 면담해 알아낸 가장 큰 공통점은 어릴 때부터 모든 이들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피해의식이다.

또 한가지 공통점은 소위 ‘prisonization(교도소화)'인데, 교도소 안에서는 어느 정도 수동적인 적응이 가능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바깥 경쟁사회로 내쳐지면 그 즉시 생존해내기 어려운 무기력 상태에 놓인다. 결국 세상에 대한 원망과 무력감이 이들을 재차 범죄로 내모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언제나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엄벌주의 논의에서 전제하는 처벌에 따른 스스로의 반성과 회개는 형벌론자들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인간은 그리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문제는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아직도 관심과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까지 넓혀 적용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물론 죄를 저지른 즉시 벌을 받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소년사건에 대한 법원선의주의와 아이들의 특성에 맞춘 조기 선도 개입은 꼭 법적 강제력을 발휘해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지리한 사법절차 그리고 나서 이뤄지는 여러 번의 불기소나 기소유예 등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게 해주는 과정과 거리가 멀다. 또한 격리는 결코 대안이 되지 못한다. 사회로부터 격리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회화의 과정은 송두리째 망가진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소년사법절차가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전제에는 뼈 속 깊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 방향은 결코 엄벌주의가 돼서는 안된다.

아직은 상황판단력이나 의사결정능력 상에 부족함이 많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강력한 선도개입이 즉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년 전담재판부와 다양한 단기 수용시설부터 처벌 후 사례관리 방안까지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부모에 대한 교육도 처분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출산과 육아대책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의 구성원이 된 아이들을 위한 선도적인 대책 역시 꼭 마련돼야 한다.

필자: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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