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왼쪽은 길원옥 할머니.(사진=청와대)

[뉴스데일리]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2주년 광복절 경축식의 주인공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를 쓴 애국지사와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들이었다.

주요 행사에서 정치권 인사 등이 아닌 그 행사에서 기리는 인물들을 최대한 예우하겠다던 청와대의 의전 원칙은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청와대 측은 "'광복'의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는 다양한 특별 초청자들이 초대됐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파독 광부·간호사 등이 이번 행사에 새롭게 초청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내외의 양쪽으로는 박유철 광복회장과 길원옥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좌석이 나란히 배치됐다.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맨 앞줄에는 박 회장과 길 할머니 외에도 광복군동지회장, 독립유공자협회장, 순국선열유족회장, 서상교 애국지사, 이용수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이인우·최장섭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오희옥 애국지사 등이 자리했다.

행사를 20분 남짓 앞두고 미리 도착해 각 정당 대표, 4부 요인 등과 짧게 환담한 문 대통령은 행사 시각인 오전 10시가 되자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왔다.

정당 대표 등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은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끌어안으면서 인사했다.

이인우 씨가 일어서서 인사하려고 하자 괜찮다는 듯 이를 말리면서 앉은 채로 인사받기를 권하기도 했다.

국민의례는 '올드랭사인' 가락에 맞춰 독립군이 불렀다던 옛 애국가를 오희옥 애국지사가 무반주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오 지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독립운동을 한 여성 독립운동가다.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옛 애국가가 끝나자 오 지사와 육·해·공군 의장대원들의 선창에 따라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4절까지 애국가를 제창했다.

박유철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광복절을 맞아 수많은 선열의 목숨과 피, 희생으로 이룬 독립운동 정신을 생각한다"며 "세대가 바뀌어도 대한민국의 근간인 독립운동 정신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정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체포돼 고초를 겪은 고(故) 윤구용 선생 등 순국한 독립유공자 5명의 가족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청와대는 이번 독립유공자 포상시 기존 방식과 다르게 돌아가신 분께 직접 포상한다는 의미를 살려 '추서판'에 훈장을 직접 걸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 3천여 명의 이목은 경축사를 하러 연설대 앞에 선 문 대통령에게 쏠렸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스크린을 배경으로 경축사를 읽어 내려갔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저마다의 항일로 암흑의 시대를 이겨낸 모든 분께, 촛불로 새 시대를 열어주신 국민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서 터지기 시작한 박수는 총 39차례나 나왔다.독립운동의 공적을 기억할 수 있게 임시정부 기념관을 짓고, 외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내 보전까지 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에서는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이어졌다.

덕분에 문 대통령은 20분 남짓으로 예정했던 경축사를 30분을 꽉 채우고 나서야 마칠 수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광복절 경축사에서 39번이나 박수가 나온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끝나고 이어진 경축공연은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객석은 파락호(破落戶·재산이나 세력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 행세를 하면서도 실제로는 독립운동 자금을 댄 김용환 선생의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꾸며낸 공연에 몰입했다.

상당수 유공자와 그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닦았고 문 대통령 내외도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극이 끝나자 광부와 간호사, 군인, 소방대원 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 직업의 국민을 상징하는 연기자들이 올라와 합창단과 '그 날이 오면'을 함께 부르며 경축식의 분위기는 절정을 향했다.

광복절 노래 제창 후 문 대통령 내외는 만세삼창을 하러 김영관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인 배국희 씨를 모시고 무대에 올랐다.

김 지사와 배씨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자 문 대통령 내외도 태극기를 든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만세'를 세 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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