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부산고법 행정2부(부장 손지호)는 업무 스트레스로 입사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무사 A(당시 32세)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014년 6월 서울 송파구 소재 세무법인에 입사한 A씨는 그해 10월 20일 오전 6시 47분 출근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출근 1시간이 채 못된 7시 33분 휴대전화를 사무실에 둔 채 아무런 말없이 회사를 나선후 행방불명됐다가 25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광진구 올림픽대교 1번 교각 아래 한강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시체 검안결과 익사로 판명했다. 외부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했던 흔적이나 특별한 상처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망인이 사회초년생으로 반복되는 업무에 체력적 부담을 느끼고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 있었던 점, 시체에 억압흔이나 방어흔이 전혀 없는 점 등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내사종결처리했다.

조사결과 A씨는 많은 업무량과 회사 대표의 질책 및 압박, 상사의 금전 요구 등에 시달렸다. 1주 평균 60시간을 일했고 10~15개의 거래처를 관리했다. 그가 일한 세무법인 대표는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A씨의 고객이 업무처리를 탓하며 계약을 해지하자 그로인해 발생한 손해를 모두 배상하고 사유서를 쓰라고 A씨를 압박하기도 했다. 직원들 앞에서 ‘너 때문에 고객이 떨어져 나가면 모두 책임져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A씨가 B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대표님 저 때문에 거래처별로 끼친 피해에 대해 다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직속 상사 C씨는 갓 입사한 A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지 못한 그는 대출을 통해 돈을 빌려줬다.

이에 유족은 ‘A씨가 많은 업무량과 대표로부터 받은 모욕감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고 유족은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해 그로인해 우울증이 유발됐거나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는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유발됐으며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세무사 실무교육과정을 마친 후 막 입사한 신참 세무사로서 업무에 대한 적응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직장에서의 상사, 동료와의 관계 설정 등에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자살 직전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바 없다고 해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재판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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