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아주대 교수.

[뉴스데일리]정부가 경제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 경제’로 전환할 것임을 선언했다. 7월 2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밝힌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그간의 한국 경제는 물적자본 투자 중심으로 양적 성장 결과를 중시하는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물적자본 투자 중심의 성장전략에 따라 고용·교육·복지 등 사람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그 결과는 가계와 기업 간 불균형으로 나타났다.

2000~2016년간 기업소득은 255%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은 138% 증가에 그쳤다. 양적 성장을 위해 대기업·제조업·수출에 지원을 집중하였으나 대·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와 내수·수출 간 불균형을 야기했다. 성장한 대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했고,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전달될 수 없었다.

‘사람 중심 경제’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이러한 불균형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려는 노력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그리고 혁신 성장 등 4가지 전략으로 구성된다.

우선 소득 주도 성장은 경제정책의 중점을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기본생활의 보장에 놓는다. 가계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성과를 사후에 분배받는 객체가 아니라 성장의 주체로 인식된다. 가계 소득의 증대를 위한 노력은 분배가 아니라 수요를 증가시켜 내수를 활성화하는 성장 전략으로 변한다. 

두 번째로, 일자리 중심 경제는 가계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의 양적 확충과 질적 제고를 무엇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원칙의 천명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 분배 - 성장’의 국민경제 선순환구조를 복원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정 경제는 사람들의 경제활동 의욕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폐쇄적인 거버넌스 구조, 부당한 지대 추구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 성과에 기여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상체계를 혁신한다.

혁신성장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중소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협력·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며,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비중을 확대하고 청년들의 해외진출도 촉진한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 7일 G20 정상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의 성공적인 산업화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소득 양극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하고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경제정책의 대전환에따라 세제, 부동산 등 관련 하부 정책들도 새롭게 기초되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어렵사리 통과된 11조원에 달하는 추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경제정책은 이전과는 다른 분배효과(Distributional Effects)를 낳을 것이다. 정책이 바뀌면 정책의 수혜자 또한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과거 수혜자를 중심으로 저항이 뒤따르고, 반대논리가 제기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이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실험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한국의 시장소득과 분배 구조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극심한 불균형을 야기해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자국의 구체적 상황에 맞춰 전인미답의 정책을 내놓고 상황을 타개해왔던 나라들이 선진국이고, 이제 한국도 그러한 상황에 당면해 있다. 

‘사람 중심 경제’는 잃어버린 균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종래의 경제 패러다임이 공급 측면만을 강조했다면, 사람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수요 측면에서는 일자리와 가계 소득을, 그리고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 성장이란 쌍끌이 방식의 성장을 강조한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해 끊어진 선(先)성장 후(後)분배 구조를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이다.

필자: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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