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뉴스데일리]요즘 우리나라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단연 탈원전정책이다.

2017년 6월 19일 0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만에 영구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6월 28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3개월간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 29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 3020 이행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발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대안으로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로 확대를 공약했다. 이 공약은 문재인 후보의 정책 소개 사이트 문재인1번가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인기 공약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의 일부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맞서 몇몇 유력 언론지와 원자핵공학자들, 에너지 관련 전공 교수들이 탈원전정책을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설익은 것이라 비판하는 기사와 칼럼,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원자력발전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기여에 대한 신뢰 때문일 수도, 원자력발전과 자기 이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기존 정책 방향으로부터의 전환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내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말 그대로 ‘가보지 않은 길’, 익숙한 것으로부터 이탈이라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탈원전은 시대적 필요이자 과제이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전력요금이 갑작스레 오를 것이란 찬핵론자들의 호들갑과 달리 적어도 몇 년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서 신고리4호기, 신한울1,2호기가 차례로 상업운전에 들어가기 때문에 전력공급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건설을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한 신고리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완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당분간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사이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력공급은 더 늘어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공급이 부족해져 전력요금이 오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요금 인상은 사실 탈원전과 별도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일반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기요금엔 정작 부가세를 제외하곤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제개발협력국(OECD)에서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 것과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비용이나 사회갈등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런 와중에 탈석탄과 더불어 탈원전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야기하는 심각한 환경영향과 사회갈등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다면 이 두 발전방식은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게 된다.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자 한다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약간의 전력 요금인상을 수용할 때, 위험을 감내하는 삶에 비해 훨씬 더 삶의 질이 높아진다.

사실 다수 국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또 지난해 9월 월성 원전으로부터 28km 떨어진 경주의 규모 5.8지진과 수백 회가 넘는 여진을 경험한 이후, 이제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무조건 많이, 당장 싸게 쓸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기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정책전환을 원한다.

노후 원전이 선령이 많은 세월호라 비유되지만, 위험도가 높아진 원자로를 담고 있는 국가 전체가 세월호일 수 있으며 국민 전체가 세월호의 승객이 될 수도 있다. 세월호의 아픈 경험은 우리의 안전이 지켜지고 우리의 생명이 귀하게 대접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운다.

절약과 효율개선으로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석탄도 석유도 원자력도 처음엔 모두 미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용이 늘고 기술도 더욱 발전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일자리의 원천이다.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BMW, 나이키 등 90개가 넘는 세계 유명 기업들은 2025년이나 2030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백 개의 도시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 100%를 선언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 길은 쉬운 길은 아니지만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에너지 이용의 책임과 윤리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필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