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대책 없으면 국가재난 수준 위기 우려”

 

[뉴스데일리]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가장 시급한 당면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 2000억 원을 편성해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역대 4번째 규모의 추경이다. 모두 알다시피 추경이란 예산이 국회에서 의결된 이후 새로운 사정으로 소요 경비의 과부족이 생길 때 본 예산에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예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이 1949년에 3회에 걸쳐 사용된 이후 1950년에는 무려 7회나 사용되었고, 그 후 대체로 해마다 1회 이상 사용됐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추경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연도별로 살펴보자.

2000년 이후 정부에서는 거의 해마다 추경 안을 편성했는데, 적게는 2조원에서 많게는 28조원 정도의 규모였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5조원 대 정도의 비교적 소규모의 추경을 실시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대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2000년의 ‘저소득층 생계안정’ 추경은 2조 3000억 원이었다. 2001년에는 6조 7000억 원이 편성됐다. 1차로 편성된 5조 1000억 원은 ‘지역건강보험 지원 확대와 의료보호 지원 및 재해대책 지원’을 위해 쓰였고, 2차로 편성된 1조 6000억 원은 ‘쌀값 안정 지원 및 9·11 테러사태 지원’에 활용됐다.

정부는 2003년에 4조 8000억 원을 편성해 1차 4조5000억 원은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 활성화를 위해, 2차 3000억 원은 태풍 매미 등 재해대책 지원에 사용했다.

2005년에는 4조 9000억 원을 편성해 4조 2000억 원은 세수 부족에, 7000억 원은 주한미군기지 이전과 기초생계급여 부족분을 보충하는데 활용됐다.

2006년의 ‘태풍 피해 극복’을 위한 추경은 2조 2000억 원 규모였다. 2008년에는 4조 6000억 원 규모의 ‘고유가 극복 및 민생안정’ 추경이 편성됐다.

외환위기 직후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및 일자리·취약층 지원’ 추경은 28조 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2013년의 ‘경기침체 및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한 추경은 17조 3000억 원 규모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11조 6000억 원 규모의 ‘메르스 및 가뭄’ 추경이 편성됐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하니까 추경 안을 편성하지만 정치적 입장 차이가 달라 국회에서 추경 안이 통과되는 과정은 성격에 따라 차이가 컸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의 ‘저소득층 생계 안정’ 추경은 국회에서 106일 만에 통과되는 진통을 겪어 최장 기간이 소요됐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의 ‘고유가 극복 및 민생안정’ 추경은 89일 동안 논란을 거듭한 끝에 통과됐다.

2005년의 의료 및 생계급여 부족분 보충을 위한 추경은 46일 만에, 2016년의 조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추경은 37일 만에 국회의 의결을 거쳤다.

2009년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은 절체절명의 국가 부도 상황에서 논란을 거듭하다 30일만에야 통과되었다.

빠르게 통과된 경우도 있었다. 2002년의 태풍 루사의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은 3일 만에, 2006년의 태풍 에위니아 및 집중 호우로 인한 재해 극복을 위한 추경은 11일 만에, 그리고 2015년의 메르스 및 가뭄 극복을 위한 추경은 18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처럼 여야 간에 정치적 견해 차이가 거의 없는 자연재해 관련 추경 안은 비교적 큰 무리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11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 있다. 역대 정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아이디어다.

국가재정법 제89조에 있는 추경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대내외 여건에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일자리 추경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 문제를 그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동의해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할지도 모른다”면서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할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추경의 적합성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마중물 효과’가 분명히 있다. 일자리 추경 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공공과 민간부문의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필자: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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