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지난 4월에 기존 실손보험 대비 보험료를 낮춘 새로운 실손보험이 나왔음에도 정부가 실손보험료 추가 인하를 유도하기로 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이미 높은 손해율(받은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비율로, 100%를 넘으면 손해를 보고 있는 것) 때문에 일부 손보사들이 신(新)실손보험 판매를 실질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추가 인하 압박이 심해지면 "실손보험 장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 현재 주요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훌쩍 넘는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 기간에 손해율이 107%에 달했다. 손해율에는 보험사들이 영업과정에서 쓰는 사업비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보험사 손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사업비 비율이 보험료의 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화재의 경우 100원어치 보험상품을 팔아 120원 정도를 비용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삼성화재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고 실손보험을 많이 파는 대다수 손보사 손해율이 120~140% 수준이어서 사업비를 포함해서 받은 보험료의 130~150%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보사는 실손보험료 인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월 보험료를 낮춘 신실손보험 판매가 시작된 데 이어 문재인정부가 또다시 실손보험료 인하 주장을 내놓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실손보험료 추가 인하를 유도하고 있지만 업계 사정을 도외시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A손보사 임원은 "이미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속으로는 신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싶지만 금융당국 눈치가 보여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신실손상품 판매 중단에 나선 곳도 나오고 있다. AIG손보는 기존 계약자들의 실손보험 갱신계약만 처리하고 신규 실손보험상품 판매는 중단했다.

올 들어 3월 말 현재 AIG손보의 손해율은 221.5%에 달한다. 업계는 외국사들을 중심으로 신실손보험 판매중단 사태가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ING생명 등 외국계 계열이었거나 현재 외국계 회사 중 상당수는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근본적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을 키우는 보험사기나 과잉진료 행위를 막는다면 자연스럽게 보험료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의료사기와 과잉진료 등을 막기 위해 지난해 정부 관련 부처가 실손의료보험 정책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현실을 무시한 보험료 인하만 밀어붙이기보다는 금융당국이 보험사기나 과잉진료 행위 단속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손보업계는 지난 4월부터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한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과잉진료 논란이 일고 있는 MRI 검사 등 비급여 치료비를 3개 특약으로 떼어낸 새로운 실손상품은 가입자(40세 남성 기준)가 기본형과 특약 3개를 모두 가입하더라도 월 1만8102원의 보험료만 지급하면 된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