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특허심사3국 로봇자동화심사과장.

[뉴스데일리]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는 가사 로봇 앤드류가 등장한다. 앤드류는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손질 등 많은 집안일을 척척 해결하고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집안일이 바쁜 맞벌이 가정이라면 한번쯤 꿈꿔 봤을만한 로봇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화되면서 ‘영화 속의 로봇’이 현실과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인공지능이 결합된 소셜 로봇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소셜 로봇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정서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교감하고 자율적인 활동이 가능하므로 인구 고령화, 가족 해체 등 사회 문제에 대응하고 의료 및 가사 지원 등 복지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셜 로봇이라는 개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니는 지난 1999년 애완용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판매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바 있으나, 2006년에 사업성을 이유로 판매를 중단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쓰비시중공업에서도 인간과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 ‘와카마루’를 출시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소셜 로봇들은 과거와는 달리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과 가격 모두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소셜 로봇이 포함된 세계 개인서비스용 로봇 시장규모는 2013년 18억 42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9.9%씩 성장해 2018년에는 45억 7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개인 서비스용 로봇은 다양한 사회적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미래 산업분야로 주목받고 있으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케어 로봇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규모의 증가세와 맞물려 소셜 로봇 기술과 관련한 특허 출원도 점점 늘어날 기미를 보인다. 최근 5년간의 출원 건수는 51건으로 그 이전 5년간의 출원 건수인 41건에 비해 24% 증가했다. 또한, 최근 2년간의 출원 건수의 경우에는 지난 2년에 비해 75%나 증가해 앞으로 이러한 성장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기술 분야별로 살펴보면, 데이터 인식 및 처리 기술이 49%(25건), 기구 및 제어 기술이 31%(16건), 로봇 서비스 기술이 20%(10건)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전에 비해 기구 및 제어 기술 분야의 출원 비율이 줄고 데이터 인식 및 처리 기술 분야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예전에는 인간 표정을 모사하기 위한 얼굴과 관련된 기구 기술이 많이 출원됐으나, 최근에는 인간의 표정으로부터 감정을 인식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인지 및 판단 기술의 출원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기술 개발 트렌드가 주변 상황과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상호 작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소셜 로봇 시장이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와 같은 첨단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있다. 특허출원 동향에서도 첨단기술과 로봇기술이 융합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중 인간과의 감정 소통에 중요한 데이터 인식 및 처리 기술이 다른 기술 분야보다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로봇의 공감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만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로봇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특허청은 새롭게 다가오는 소셜 로봇 시대에 튼튼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심사품질 강화, 포지티브 심사, IP R&D를 통해 강한 특허를 만드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을 로봇기술과 융합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가 개발되어 일상생활 속에서 로봇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나광표 특허청 특허심사3국 로봇자동화심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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