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뉴스데일리]세기의 회담, 성과는?

미중 양 강대국 간 ‘세기의 회담’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마라라고(Mar-a-Lago) 정상회담은 막상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미국내 주요 언론들은 대부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트럼프, 시진핑 두 지도자 간 첫 만남에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미래의 만남을 기약하는 것에 만족한 회담이라는 다소 소박한 평가들을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회담은 공식 성명이나 합동기자회견도 없이 종료됐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4월 7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짤막한 성명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뤘고 공식 대표단들 간의 다양한 만남을 통한 추가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도 크게 개선됐고 앞으로 여러 차례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했다. 미중관계에서 안 좋을 수도 있는 여러 문제들은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외에 회담 직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세 사람이 언론브리핑에서 추가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우선 틸러슨 국무장관은 두 지도자가 솔직하고 매우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회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두 지도자는 양국의 경제문제,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핵 위협이 시급하고도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기존의 약속과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안보와 관련한 또 다른 이슈는 해양안보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고위급 협상틀 안에서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스 상무장관은 양국이 좀 더 균형된 경제관계, 특히 무역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관심을 끌었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는 조만간 재무부 보고서가 공개되므로 그 때 가서 판단하기로 했다.

비록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전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어떤 패키지 형태의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언급은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원론적 공감대만 확인했을뿐 구체적인 해법 도출로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말해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기다려 의도적으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공습을 명령한 것이 사실상 북한에게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이 현재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경고는 더욱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국내외 주요 언론은 시리아 공습은 만일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사실상 대북 단독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함의

대체로 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시대 미중관계의 전반적인 톤을 설정하는 탐색전으로서의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런 것은 이번 회담의 분위기와 두 지도자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나 한반도 정책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미중관계의 앞날을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미중 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무엇보다도 양국 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해의 상충이 상당하다. 무역관계나 북핵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보며, 중국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고 올 능력이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이 아시아에서 팽창주의 노선을 추구한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거대한 불확실성을 다루기에는 이번 정상회담은 너무 성급하게 서둘러 짧은 기간에 준비가 부족했던 회담이라는 인상을 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좀 더 강경한 방향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대한 여러 징후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중국이 우리와 협력할 수 없다면 미국은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갈 준비가 돼 있다”고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일자 파이낸셜타임즈(FT) 인터뷰 발언을 시진핑 주석 면전에서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기대했던만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강한 어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 보복 중단을 요구해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됐었으나 이는 여전히 추정일뿐이다. 정상회담이 끝났지만 중국의 롯데 제재 등 경제보복에서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 중국 현지 99개 점포 가운데 강제 영업정지 상태가 74개, 자율휴업 상태가 13개로 모두 87개가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 이는 롯데 중국매장 전체의 90%에 달한다. 이미 한 달 넘게 문을 닫고 있는 셈으로 롯데의 중국 유통 사업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또한 중국인들의 여행사를 통한 한국 단체 여행 중지도 여전히 진행형이며 크루즈선의 한국 기항도 완전히 막혀있다.

한국은 지금 대선 국면이라 신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당장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저 차분하면서도 면밀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옵션을 준비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 특히 유의할 것은 최근 갑자기 부각되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과 관련한 이른 바 ‘4월 위기설’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핵심적인 문제가 우리의 동의 없이 강행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국측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와 함께 차기정부가 인수위도 없이 바로 출범하는만큼 정부 출범 즉시 시행할 수 있는 한미 공동의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마련하는 데 국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필자: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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