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뉴스데일리]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지난 6~7일 개최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다뤘다. 때마침 화학무기를 자국민에게 사용해 어린이를 포함 80여 명의 인명을 희생시킨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해 미국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정상회담과 거의 때맞춰 발생한 시리아 공격으로 회담이 ‘퇴색됐다(overshadow)’는 평가도 나온다.

미·중 양국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인식을 공유한다’면서 향후 함께 노력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어떤 공동성명이나 합의문도 발표하지 못한 채 회담을 끝냈다. 주목할 것은 틸러슨 국무장관의 마무리 발언이다. 곧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의 조율에 실패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차 확인 강조한 것이다.

애당초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기대한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북핵·미사일을 바라보는 미·중 양국의 입장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40년간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군사적 대국굴기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함으로써, 신(新)·기존 패권국가 간 전쟁 발발을 상정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또한 자국 안보와 국제질서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확고부동하다.

한편 한반도에서는 김정은이 대남 핵·미사일 우위를 발판으로 통일대전에 집착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북핵·미사일이 미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핵무장에 올인하는 김정은의 비정상적 광기(狂氣)를 간파한 때문이다.

대다수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평가한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정계 지도자들이 김정은을 비이성적 ‘미친 뚱보’에 비유하고 미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미국 NBC가 지난 8일 보도한 내용 또한 시사하는 바 크다. 곧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북핵 대응방안으로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 ▲김정은의 암살·제거 ▲특수부대의 북한 핵심시설 파괴 비밀 작전 등 3가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의 직접 지휘 아래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지상 재발사 및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고각 발사 등 각종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월은 그야말로 한반도에 ‘잔인한 달’이 될지 모른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미 동맹의 견고함과 양국의 북핵 공조를 재다짐했다. 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국의 대북공조를 위해 매우 의미 깊은 조치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의 제3자 제재 방침과 보조를 맞춰 고강도 대북제재를 시행하면서 강력한 한미연합방위태세에 기반한 국가안보를 구축하고, 최악의 경우 미 전술핵 재배치나 90% 핵무장 옵션을 검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 다각도의 북핵·미사일 방어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중 양측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북 직접협상 및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만은 막아내야 한다. 미국 내에서조차 북핵 해결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란 명목하에,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중국이 북한에 지렛대를 행사하도록 해 북한의 핵무장을 막아보자는 위험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필자: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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