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단장.

[뉴스데일리] “He who receives an idea from me, receives instruction himself without lessening mine; as he who lights his taper at mine receives light without darkening me…”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사람이고,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쓴 글 중 일부다.

직역해 보면 “내 불을 이용해서 자신의 양초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내 불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 아이디어로 가르침을 받는 것은 내 아이디어를 덜어내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인데, 이 말은 어떻게 보면 인문학 및 자연과학이 집단 지성의 개발을 통해 발전해 온 방법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수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에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공부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문학자나 자연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학자들조차도 각종 학회나 논문발표를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열린 논의를 통해 과학적 연구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와 같은 거대공공 과학시설을 구축하고, 막대한 공적자산을 투입해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는 1994년에 연구자들에게 최초로 공개된 이후 20 여 년간, 물리, 화학을 비롯하여 생명,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자들이 이용해 오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가 제안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은 방사광의 완전한 불모지였지만, 포항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된 이후로 이용자의 지평은 계속 확대되어 왔으며, 현재는 연간 4000 여명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여 연간 500 편 이상의 국제적인 연구결과를 창출하는 국가 기반시설로 성장하였다.

기업의 연구결과를 제외한 모든 연구결과는 포항방사광가속기의 홈페이지 (http://pal.postech.ac.kr)에 공개되고 있으며, 매년 이용자 연구발표회 및 여름학교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공개된 토론을 통해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또한, 연구결과가 창출되지 못한 실패한 실험들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보고서들이 제출되어 있어서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실수를 답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기회를 통해서는 서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소속과 전공의 연구자들이 30 여개의 빔라인에서 함께 실험을 진행하다가 우연히 교류를 시작하게 되어 학제간 융합연구를 촉발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는 적외선에서 X-선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빛을 만들어 내고, 이 빛을 이용한 최첨단 실험시설들을 집적해 놓은 곳이다.

이 빛으로 각종 연구소, 대학 및 기업에서 온 이용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불을 붙여 가고, 그들의 불붙은 양초는 또 다른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에 불을 붙이게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어 국가의 경제적 부를 확대하는데 사용된다.

그 어떤 경우에도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불빛은 이로 인해 어두워지는 법은 없다. 그래서, 포항방사광 가속기는 오픈 사이언스의 장이며, 또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첨단 미래산업을 밝히는 빛의 확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필자: 김재영 포항방사광가속기 방사광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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